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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라이트 Apr 26. 2018

아이템 B는 왜 사라지지 않았을까?

IT와 법 @ 황혜진 변호사 _ 법무법인 디라이트

<부제 : 거래법 상 청약철회고지와 대금환급의무의 주체에 대하여>


1. 어느 퍼즐게임 유저의 고백


오늘은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평소 퍼즐게임을 즐겨하던 저는 어느 나른한 토요일 오후 알록달록한 사탕이 우아하게 터지는 퍼즐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내 플레이 횟수(하트)가 모두 소진되어 아쉽던 차에, 아이템 A를 구매하는유저들에게 하루 동안 하트를 무제한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템 A를 구매하려는데, 곰같은 손 탓에 그만 아이템 B를 구매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재빨리 애플에 구매를 취소하고, 아이템 A를 구매하였습니다. 그런데, 없어질 줄 알았던 아이템 B가 아직 있었습니다. 저는 곧 게임사가 회수해 가겠거니 생각하고, 아이템 B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퍼즐게임을 켜보니, 아이템 B가 글쎄, 아직 있었습니다. 며칠 뒤에도 아이템 B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후의 일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다만, 이 자리를 빌어 해당 게임사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래도 제가 애타는 마음으로 아이템 회수를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부족한 변명을 해봅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청약철회와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2. 온라인 쇼핑을 하면 왜 구매 취소를 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인터넷으로 옷을 구매하고, 막상 받아보니 맘에 들지 않아서 환불했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왜 사업자는 소비자의 변심을 양해해 주는 걸까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가 통신판매방식[비대면으로 판매에 대한 정보제공을 받고, 구매의 의사표시(청약)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재화를 구매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구매계약내용에 관한 서면(구매알림 이메일 등)을 받은 날과 재화를 받은 날 중 더 늦은 날을 기준으로 7일 동안 구매를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제17조 제1항). 온라인으로 한정적인 정보를 보고 재화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단순변심만으로도 구매를 취소할 권리를 부여한 겁니다. 그리고 재화에는 게임 아이템, 음악 파일, 웹툰 이용권과 같은 디지털 재화도 포함됩니다(제2조 제2호).


‘청약철회’라고 불리는 이 권리의 행사는 일정 조건에 따라 제한됩니다. 게임아이템을 대입하여 말씀드리면, 소비자가 구매한 아이템을 사용한 경우, 시험 사용 상품을 제공받아 사용해 보았고 해당 아이템 구매시 청약철회가 불가하다는 내용이 고지된 경우가 가장 일반적입니다(제17조 제2항 및 제6항).





 


3. 게임 아이템에 대한 청약철회고지 및 대금환급의무는 누구에게 있나?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들이 몰라서 청약철회를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통신판매업자로 하여금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13조 제2항 제5호). 이때 통신판매업자는 온라인판매 등 ‘통신판매를 업(業)으로 하는 자 또는 그와의 약정에 따라 통신판매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하므로, 모바일 게임의 제공자(이하 “게임사”)들은 통신판매업자로서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게임사들은 당연히 통신판매업자로서 유저들의 청약철회에 따른 대금환급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제18조 제2항).



그러나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들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통신판매업자인 통신판매중개업자(즉 앱마켓 사업자)가 통신판매중개의뢰자(즉 게임사)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약정하여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는, 한 동일하게 청약철회의 고지의무 및 대금환급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0조의2 제3항, 제13조 제2항 제5호, 제18조 제2항). 이쯤 되면 집중력이 강한 독자분들도 그만 이 창을 끄고 싶은 피로감을 느끼실 텐데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게임사의 판매의뢰를 받은 앱마켓 사업자들(애플, 구글 등)도 ‘청약철회는 게임사가 책임집니다’라는 내용을 이용약관 등에 기재하지 않는 한, 청약철회고지 및 대금환급의무를 부담한다는 이야깁니다.







4. 앱마켓과 게임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예상과는 달리, 애플과 구글은 전자상거래법 상의 위 조항을 근거로 청약철회의 책임을 전적으로 면하려 하는 대신에, 아래와 같이 청약철회의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 구매취소를 하려면 애플의 유저 지원 페이지를 방문하라고 규정하고, 유저들의 청약철회를 직접 접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글의 경우는 구매 후 48시간은 구글에서 직접 환불 접수를 받고, 그 이후는 개발사에 문의를 하라고 규정하면서, 다만 특정 게임사 같은 경우는 모든 환불 문의를 직접 처리하고 있다고 고지하고 있습니다.


앱마켓이 위와 같이 자청하여 청약철회를 직접 접수하고 결정하는 정책을 펼치는 이유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전자상거래법에 따를 때 유저가 결제한 결제수단과 동일한 방식으로 대금의 환급이 이루어져야 하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된 듯 합니다(제18조 제3항, 제4항).

현재 모바일 게임의 유통구조에 따를 때, 유저가 카드 또는 통신과금서비스 등으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면, 앱마켓이 카드사 또는 통신사(이하 “카드사 등”)로부터 해당 대금을 받고, 게임사와 정산을 합니다. 



그런데 유저가 청약철회를 하는 경우, 게임사는 카드사 등과 계약관계도 없거니와 유저들의 결제정보도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카드사 등에 직접 결제취소를 요청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앱마켓은 청약철회를 직접 접수하지 않더라도 대금환급을 위해 카드사 등에 유저에 대한 대금환급을 요청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앱마켓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게임사의 요청으로 유저들에게 대금을 환급해야 한다면, 차라리 유저들로부터 직접 청약철회를 접수하고, 대금환급 여부 또한 직접 선택하는 것이 신속하고 편리하겠지요.


이와 같은 사정 때문인지, 얼마 전 특정 앱마켓에서 게임 내에 청약철회에 관한 사항에 대한 고지문구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해당 게임의 신규등록 또는 내용수정을 받아주지 않는 정책을 도입하려고 하여, 게임사들이 난색을 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통신판매업자인 게임사들이 청약철회고지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법상 명확하며, 이를 어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게임사에 시정조치와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으며, 과징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전자상거래법 제32조, 제34조, 제45조 제3항 제4호 및 제4항).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에 7개 모바일 게임 게임사를 대상으로 청약철회에 관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게임 서비스를 위해 게임사들이 법 위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되므로, 앱마켓은 위와 같은 고지문구를 수용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5. 아이템 B는 왜 사라지지 않았나?


그런데 아이템 B는 왜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유저가 청약철회를 하였는데, 게임사가 아이템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해당 게임이 인터넷 연결없이 플레이 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 기반 게임이라서, 회사가 유저의 결제 취소사실을 알더라도 유저의 계정에서 해당 아이템을 회수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인터넷 연결을 필요로 하는 서버 기반 게임이라 게임사는 유저의 계정에 지급된 아이템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가 청약철회를 하였는데 게임사가 아이템을 회수하지 못하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게임사가 청약철회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황일 것입니다.


현재 앱마켓의 정책에 따라, 앱마켓이 유저로부터 직접 청약철회 접수를 받는 경우, 비록 앱마켓이 게임사에 유저의 청약철회 사실을 통지해주더라도, 청약철회와 위 통지 사이의 시간동안, 악의적인 유저들은 얼마든지 미회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와 같은 시간적 차이를 악용한 유저들이 게임 내 선물하기 기능 등을 이용하여 타 유저에게 미회수 아이템을 판매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청약철회는 분명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이고, 적절히 고지되어 그 행사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남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방이나 시계같은 유체물의 경우, 재화의 반환이 있을 때 비로소 회사가 대금을 환급해 주는 것에 대하여 이견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디지털재화는 그 특성상 소비자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직접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지만(제18조 제1항), 디지털 콘텐츠 역시 이를 사용한 경우 청약철회가 불가하다는 점에서, 아이템 회수가 가능한 게임에 있어서는, 구매대금의 환급이 아이템 회수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게임사가 직접 청약철회를 접수하고, 아이템 회수 후 앱마켓에 이를 통지하여, 앱마켓에서 결제를 취소해주는 방식 또는 앱마켓에서 청약철회를 접수하고 이를 게임사에 통지하여, 게임사에서 아이템 회수가 완료되면, 앱마켓에서 결제를 취소해주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어느 방식을 택하더라도, 전자상거래법에 따를 때 유저가 청약철회를 한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대금환급이 완료되어야 하므로(제18조 제2항), 앱마켓과 게임사가 함께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세워 긴밀하게 협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앱마켓 및 게임사의 상생, 공정한 게임 환경의 보장, 소비자 권리의 보호를 위하여, 그리고 사심없던(?) 유저들마저 블랙컨슈머가 되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앱마켓과 게임사가 서로 협력해주기를 기대합니다.





D'LIGHT 칼럼링크 : http://www.dlightlaw.com/아이템-b는-왜-사라지지-않았을까-전자상거래법-상-청/


법무법인 디라이트 황혜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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