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본질은 뭐죠?
성실이죠. 성실은 내 인생에 대한 예의예요. 자존과도 연결되죠. 저도 제 영상 보는 분들이 그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지 않도록 매 순간 정성을 다해요.
성실의 기초는 어떻게 놓습니까? 책에서 '노년기의 근무 태도'라는 말을 쓰셨는데요.
일단 눈뜨면 저를 토닥여요. "잘 잤니? 명숙아, 넌 잘 하고 있어. 여지껏 잘 해왔잖아." 기도하고 산책하면서 루틴을 다져요. 스트레칭, 신문 읽기, 독서도 빼놓지 않죠. 루틴은 나를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거예요. 몸의 뼈대 같아서 루틴이 튼튼하면 일상이 무너지지 않아요. 젊을 때와 다른 건 해야 할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거. 집이 좀 더러워도 내키지 않으면 "먼지야, 내일 치워줄게" 그러죠(웃음).
밀라논나와의 인터뷰 중, 김지수의 '위대한 대화'라는 책(생각의 힘 출판사에서 23년에 발행)
미라클 모닝이라는 단어, 심심치 않게 보셨을 거예요. 누군가에게 이 단어는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는 다짐처럼 들릴지 몰라도, 저에겐 안그래도 버거운 일상에 더 짐을 지워 주는 표현으로 느껴져요.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하는거야? 라는 볼멘소리가 툭 튀어 나오죠.
미라클 모닝이 잠잠해질 무렵에는 '리추얼'이란 단어가 등장했어요. 쉴 때면 침대에 몸을 맡기고 도파민에 절여진 숏츠만을 하염없이 본 기억, 다들 있으시죠? '일상을 가치 있게 보내보는 건강한 습관'을 의미하는 리추얼은 이러한 죄책감의 발로에서 나왔죠.
그런데 미라클 모닝, 리추얼로 점철된 '갓생'을 살아내기가 참으로 쉽지 않아요. 나를 위한 건강한 루틴이라지만 길게 늘어진 해야할 일들의 리스트를 보노라면 한숨만 푹푹 나오죠. 우리는 왜 쉴 때도 '열심히' 쉬어야만 할까요?
배달 음식 줄이기, 밥 먹기 전엔 야채 먹기, 집에서 요리하기, 퇴근하면 30분 이상 경제 책 읽기, 일주일에 두 번은 러닝, 두 번은 요가하기 등등등. 쉬는 날에도 모처럼 누워 있을 새 없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그 사실을 인스타에 어김없이 자랑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다가 문득 염증이 일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이 문장을 보고 깨달았어요. 나는 '굿생'보단 '갓생'을 살기 위해 이 루틴들을 무리하게 소화하고 있던 건 아닐까, 하고요. 굿생의 타깃이 자기 자신이라면, 갓생은 자신보다 타인인 것 같아요. 남들도 하니까 무리하게 따라가고, 나 이만큼 잘 하고 있단 사실을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인정받으려하고...
이제부터는 오로지 절 위한 '굿생'을 살아볼까 해요. 반드시 모든 걸 해내야 한다는 죄책감은 덜기 위해 애쓰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