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잘 쓴 문장은 단순히 유려한 필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습관적인 역지사지와 수신자에게 먼저 주는 애정까지가 한 세트다. 내 길목이 아닌 그대의 길목까지 미리 가서 서 있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게 좋은 문장이란 말이다. 예쁜 촛불과 향기로 운 꽃길에 버금가는 환대의 기운을 문장에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럼 수신자가 모를 수 없게 된다. 사뿐히 밟으며 걸어오고 싶어진다. 비단을 깔아놓은 내 마음 위를.
그렇게까지 타인을 모시면 내 마음이 닳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 마음이란 그런 식으로 닳아 없어지는 게 아니다. 밥먹고 온 사이에 이파리가 부쩍 길어진 스킨답서스 화분처럼 마음은 자라고 또 자란다. 우리 내면의 비옥한 구석구석을 살피며,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을 함께 갈고닦을 것이다. 다정함도 기술이므로. 혼란스러운 세상일수록 서로에게 친절해져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 14~15쪽
이슬아 작가의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라는 책 중에서(2025년에 문학동네에서 발행)
업무상으로 메일을 주고받은 적, 다들 숱하게 있으시죠? 루틴한 업무 일과 중 꽤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일인데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으며 새삼 이메일의 중요성을 체감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위에 가져온 글은 책을 본격적으로 펼쳐 들기 이전에 만나는 프롤로그 중의 일부예요.
바쁘고 지루한 일상의 틈을 타인에 대한 진심어린 친절로 충만하게 채워 보면 어떨까요? ‘마음이란 그런 식으로 닳아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는 이슬아 작가의 말이 유독 콕 박히네요. 그동안 난 스스로가 힘들다는 핑계로, 일을 하며 스쳐 지나는 여러 타인들을 어떠한 태도로 마주하고 있었나, 돌아보게 됐어요. 진심을 나눠 준다고 해서 마음이 닳아 없어지는 게 아닐텐데 그동안 무엇에 그렇게 종종거리며 살아왔나 몰라요. 결국 일상의 색채는 내 마음의 온도로 다채로워지는 것일텐데 말예요.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요일이네요. 축축 늘어지는 공기에 몸도 마음도 무거웠을 동료들의 출근길을 문득 떠올려 봤어요. 새삼 비가 오는 날에 어울리는 플리를 공유해 봐요. 내 자그마한 친절이 동료들의 순간을 잠시나마 웃음짓게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상이 점점 더 ‘다정함도 하나의 중요한 기술‘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우리의 일상은 훨씬 더 살아봄직한 날들이 될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