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 프레드 울만

(20201127) 병구네 집에서 청년책방 '떠독' 모임

by 긜잡이

동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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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프레드 울만

한줄평 : 이 책의 서문과 리뷰를 다 보지 않았다면 더 감동적이었을 책





성숙하지 못했던 우리의 모임


모임 예정일까지 5일 전. 나는 이 짧은 소설을 무난히 다 읽었지만 큰 걱정이 생겼다.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다. 하루 200명이 넘는 확진세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거의 확정이 된 지금 이 시점에 우리끼리 독서모임을 하자는 게 내심 마음이 불편해졌다. 심지어 카페는 아예 테이크 아웃만 가능해질 예정이고 식당은 9시까지라니.. 장소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다행히 병구네 자취방에서 할 수 있어 장소는 구해졌지만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죄책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모임을 미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정대로 11월 27일 저녁에 하기로.. 심지어 당일 500명대가 넘는 확진세가 있어도 우리는 미루지 않았다. 우리 모두 당일날까지 500명이 넘는 사실에 많이 놀랐지만 미루기는 애매해 그냥 모였다. 모이고 대화하니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경각심이 느껴지지 않고 전처럼 재밌게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 뉴스를 봤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고충과 한숨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모임에 도착했을 때의 나는 '설마 우리가 걸리겠어'라는 안일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안전과 예방이었다. 우리의 이번 달 모임은 참 부끄럽고 적극적으로 모여도 괜찮을 거라 추진한 내가 한심스러웠다. 그래서 이번 달 독서모임에 대한 내용은 기록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시국에 모인 게 잘한 것도 아니고 그냥 책에 대한 내용만 작성하고 마무리하려 한다. 다음 모임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내려갈 때까지는 잠정 미룰 예정이다.




내 이야기


이 책에 대한 서문과 평가들을 읽어보면 늘 결말에 큰 반전에 대한 찬사가 있다. 마지막 한 문장으로 이 책은 걸작이 되었다는 둥,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최고의 책이라는 둥 나는 그런 평가를 읽으며 엄청난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전과 복선을 좋아하는 나에겐 그런 평가가 이 책을 자연스럽게 인도하였고 떠독 모임에 추천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큰 감흥이나 감명을 받고 책을 덮지는 못했다. 역시나 기대가 큰만큼 아쉬움도 크다는 진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나도 마지막 한 문장을 읽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일시적인 머릿속 작동 오류(?)가 있었지만 이 책에 대한 대다수의 리뷰처럼 막 마음속에서 울거나 인생 책이거나 할 정도로 감명을 받지는 못했다.


내가 그렇게 감명을 받지 못했던 큰 이유는 바로 이 책이 외국서적이자 50년 가까이 되는 책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책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이며 그 시대엔 귀족문화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남아 있을 때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표현하는 독일의 풍경이나 귀족 사회에서 이름에 '폰'이란 글자가 들어갈 때의 어떤 고귀함이라던지, 그들이 그 당시에 즐겼던 문화라던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두 주인공의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이 크게 와 닿지가 않았고 그들이 재밌게 놀고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또 그 당시에 자주 등장하던 단어인 볼셰비즘, 시온주의자 같은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는 사람들은 하나하나 검색해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대충대충 읽으며 넘어간 부분도 굉장히 많았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큰 장점도 많았다. 첫 번째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굉장히 임팩트 있는 문장이다. 확 사로잡는 문장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특히 첫 문장과 첫 문단을 읽으면 그들의 우정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는 큰 매력을 가진 문장이었다. 두 번째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없음에도 이 전쟁에 대한 끔찍함을 잘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한스와 콘라딘은 우정을 쌓아가는 중에 히틀러 정부가 서서히 부상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느끼는데 결과를 아는 독자들 입장에선 그 과정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불안함과 공포감을 조성하였다. 역사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굉장히 세련된 표현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나에게 역사를 공부하게끔 만들 정도로 흡입력 있는 책이었으나 다 이해하려 들다 큰 감동을 놓치게 된 책이었다. 그래서 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게 된다면 첫째로 결말에 대한 많은 칭찬이 있는데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얘기할 것이며 둘째로 모르는 단어나 모르는 지리에 대한 표현은 그냥 대충 넘어가라고 얘기할 것이다. 이 책은 두 청소년의 우정, 그리고 그 우정을 갈라놓는 거대한 역사에 대한 내용인데 가장 큰 감정선은 두 청소년의 우정이다. 그것이 이 책에서 주는 큰 감동이기 때문에 너무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읽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우리의 다음 모임 책은?


우리의 다음 모임 아직 미정이다. 어떤 책을 할지 후보를 정하고 있고 일단 예정은 12월 29일이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내려가고 카페가 정상 운영하며 어느 정도 확진세가 누그러들 때 모일 예정이다. 만남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은 늘 한결같지만 지금은 그 마음을 누그러트릴 때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서 떠독 모임 외에도 다른 모임도 되도록 잡지 않을 예정이다. 12월, 마지막 연말이고 뭐고 나부터 조심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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