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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국봄 Jul 31. 2019

다시 먹어보는 만두, 가메골 손 왕만두

한식 분석


학교를 마치고 신발주머니를 팡팡 발로 차면서 집을 가다 보면 뜨거운 김을 내뿜는 찐빵집을 지나치게 된다. 커다란 솥 안에는 하얗고 통통한 찐빵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사우나를 즐기고 있었다. 어머니는 달콤한 팥이 가득 들어있는 찐빵을 좋아하셔서 종종 찐빵 심부름을 시키곤 하셨다. 어린 나는 어두운 보라색을 띠는 달콤한 팥을 입에도 대기를 꺼려했다. 단 것은 무조건 갈색의 초콜릿인데 보라색의 단맛이라니 꺼림칙했다. 그래도 찐빵이 먹고는 싶었는지 항상 찐빵의 겉껍질을 뜯어먹었다. 찐빵의 겉면은 시간이 지나면 거칠어져서 뜯어먹는 맛이 있었다.


출처: pixabay

찐빵 하면 무조건 팥찐빵밖에 몰랐던 나에게 만두 찐빵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찐빵 안에 고기만두가 들어있다니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만두 찐빵에 맛들 린 나는 한동안 만두 찐빵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커다란 찐빵 안에 고기소가 가득 들어있어 몇 개만 먹어도 배가 불러오는 느낌은 작은 만두를 먹었을 때 느껴지는 느낌과 궤를 달리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가메골 손 왕만두'를 먹으러 집을 나섰다. 1978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 만둣집은 생활의 달인, vj특공대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수차례 방영된 집이다. 가게를 들어서면 만두가 쪄지는 모습, 만두를 빚는 모습을 보게 된다. 2층으로 올라가 주문을 하면 직원이 마이크로 '만두 몇 개요'라고 말한다. 1층에서 그 음성을 듣고 '4분'이라고 무심하게 말하면 2층 스피커에서 '4분'이라고 하는 음성이 울려 퍼진다. POS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마이크를 사용하는 모습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1) 특징

필자는 김치만두 1 접시와 2 접시를 주문했다. 1 접시에 4개의 만두가 나오고 가격은 4천 원으로 만두 1개에 천 원 꼴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특징은 '왕만두' 또는 '찐빵 만두'라는 메뉴 그 자체다.

빵과 찐빵?

왕만두는 밀가루를 이스트로 발효시켜 만든 만두피 안에 고기소를 넣고 만든 만두이다. 찐빵 만두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름에도 '빵'이 들어가 있고 밀가루와 이스트 하면 '빵'이 먼저 떠오른다. 빵과 찐빵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단순하게 빵 반죽을 쪘기 때문에 찐빵인 걸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빵과 찐빵을 갈라 보면 기공의 크기 차이가 크다. 빵은 기공이 큼직하고 찐빵은 기공이 오밀조밀하다. 이는 빵과 찐빵의 식감 차이를 나타나게 한다.


조리법의 차이

빵과 찐빵은 둘 다 밀가루와 이스트를 사용해서 만든 음식이고 형태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왜 기공의 크기가 차이가 날까? 필자는 조리법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통 이스트는 40도 전후에서 활성이 잘 일어나며 60도가 넘으면 사멸한다. 즉, 60도가 넘으면 더 이상 탄산가스와 에탄올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기공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찌기'와 '오븐 굽기'는 60도 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조리법 만으로도 차이가 일어날 수 있다.


설탕의 차이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는 '설탕'의 차이다. 밀가루는 제분 과정을 거치면서 손상된 전분이 효소작용에 의해 저분자의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이스트는 분해된 산물인 포도당을 먹고 탄산가스와 에탄올을 생성한다. 이와 같이 설탕(자당)은 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포도당은 이스트의 먹이가 되어 탄산가스와 에탄올 생성에 도움을 준다. 즉, 찐빵은 빵에 비해 설탕량이 적거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빵과 식감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가메골 손 왕만두_맛 평가

솔직히 만두를 먹고 나서 특별함은 못 느꼈다. 엄청난 육즙이라던가 풍부한 육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친숙한 맛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만두를 들어 올려 향을 맡아보면 찐빵 특유의 냄새가 난다. 만두소가 가지고 있는 향과 맛을 완벽하게 가둬준다. 만두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 도톰한 만두피와 만두소가 입 안에 한 번에 들어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당면과 두부가 들어있기 때문에 육향이 풍부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당면의 탱글한 식감을 매력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결론

1978년부터 시작된 가메골 손 왕만두는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맛이었다. 특징적인 것은 왕만두 간장, 만두소 등 다양한 것이 공장에서 납품이 된다는 것이었다. 40년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대 기술의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가메골 푸드 생산공장에서 직접 소를 만들어 가게에 납품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더 친숙한 맛이라고 느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생산공장은 HACCP 인증을 받아 위생 걱정은 덜어도 될 것 같다. 가게는 노포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도 들여다보면 현대 기술이 곳곳에 들어가 있는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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