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분석
회색빛 고층 건물이 줄지어져 서 있는 곳 사이를 분주하게 뛰 다니는 사람들. 서울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서울 모든 곳이 회색빛과 분주함을 담고 있지는 않다. 회색빛 건물들을 등지고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옥상이 아닌 지붕이 있는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긴 회색빛 건물과 짜리 몽땅한 청색의 기와를 한 건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 곳, 바로 인사동이다. 안타깝게도 기와지붕을 이룬 집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인사동은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회사원은 없지만,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평일 오후 2시였지만 거리에는 많은 사람이 보였다. 필자는 그 사이를 비집고 걸어 만둣집을 향했다. 개성만두 궁, 3대째 이어져 오는 만두 전문점으로 2017, 2018, 2019년 3 연속 미슐랭 빕 구르망에 선정된 음식집이다. 종각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기와지붕으로 된 건물이 옛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가격은 필자가 먹었던 만둣집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개성만두찜(고기만두) 11,000원. 개성김치만두찜 13,000원, 개성버섯만두찜 (비건 만두) 13,000원, 모둠만두찜 14,000원으로 메뉴당 6알의 만두가 나온다. 포장할 시에는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으니 가격표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필자는 모든 메뉴를 먹어보기 위해서 모듬만두찜을 주문했다.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고기만두의 가격보다 김치만두의 가격이 높았던 것인데 김치를 직접 담가서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싸다고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메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술이 판매되고 있었다.
만두의 맛 평가에 앞서서 반찬 구성을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높은 가격만큼 상차림이 일반 만둣집과는 달랐다. 시원한 물김치와 열무김치, 깍두기가 나왔다. 필자는 만두의 맛만 중점으로 보려고 많이 먹지는 않았으나 물김치의 국물과 얇게 썰린 무와 배추를 미나리와 함께 먹으면 시원한 청량감이 있어 더위가 가시는 듯했다. 대략 10분 정도가 지나고 모듬만두가 나왔다. 모든 접시가 멜라민이 아닌 자기로 되어 있어 고급스러웠지만 만두 접시가 유독 고급스러워 눈길을 끌었다.
만두를 먹기 전에 만두를 찍어 먹는 간장을 맛봤다. 간장, 설탕, 식초가 들어간 일반적인 만두 간장과 비슷했으나 물의 비율이 꽤나 높은 것 같았다. 색상도 옅은 황색을 띠었고 맛도 강하지 않아서 만두를 찍어서 먹어도 맛의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성만두찜
개성만두를 먹고 난 뒤에 든 생각은 만두계의 평양냉면이었다. 고기만두인데 육향은 강하지 않았다. 맛 자체가 슴슴하다고 해야 될까? 참기름의 고소한 향은 강하게 났고 전체적인 간은 강하지 않았다. 뭔가 고기보다 두부와 부추 같은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간듯한 맛이었다. 개인적으로 짠맛과 감칠맛이 부족한 맛이었다. 소금을 너무 적게 넣어 고기가 가지고 있는 맛을 다 끌어내지 못한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담백하고 슴슴한 맛있는 만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성버섯만두찜
채식주의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이 만두는 피부터 다른 2개의 만두와 달랐다. 거뭇거뭇한 색을 띠고 점이 박혀있는 듯한 피였고 좀 더 찰기가 있다고 느꼈다. 또한, 버섯만두는 일반적인 만두 간장이 아닌 버섯만두용 만두 간장이 나왔는데 고춧가루와 파가 들어가 향을 더해줬다. 만두를 갈라봤을 때 만두소가 덩어리 진 형태를 잃지 않고 있었다. 두부의 수분을 좀 덜 빼서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섯만두는 향이 풍부했는데 표고버섯을 큼직하게 썰어 넣어 식감과 향을 더해줬다.
개성김치만두찜
김치만두는 유일하게 간기가 적절하다고 느낀 만두였다. 또한, 짠맛, 감칠맛뿐만 아니라 신맛도 느껴져서 좋았다. 초산발효를 한 중국산 김치의 맛이 아닌 젖산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기분 좋은 산미가 매운맛과 함께 입안에 퍼져나갔다. 개인적으로 위의 두 만두는 큰 특별함은 못 느꼈으나 김치만두는 확실히 더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 수긍되는 맛이었다. 짠맛, 감칠맛, 신맛과 적절한 매운맛의 균형이 좋았다.
전체적으로 간이 강하지 않다. 맵고, 짜고, 단 음식들이 판을 치는 요즘에 이런 슴슴한 음식을 만나게 되니깐 반갑기도 했다. 특히, 김치만두의 기분 좋은 신맛은 기억에 남을 맛이었다. 인테리어와 접시도 한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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