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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국봄 Aug 09. 2019

다시 먹어보는 냉면, 우래옥

한식 분석

평양냉면 포비아. 2주 전에 을지면옥에 다녀온 후 평냉 포비아에 시달렸다. 애호가들이 많은 음식을 비평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고,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다시 먹으러 간다는 것 또한 괴로움이었다. 정감 있는 노포 감성과 정감 없는 가격의 괴리감 또한 공포 그 자체였다. 2주 동안 평냉 포비아에 시달린 후 마음을 다잡고 ‘우래옥’으로 향했다.

을지로 4가 입구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우래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빕 구르망에 선정된 평양냉면집이다. 규모가 꽤 커서 놀랐는데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난 7시에 30분에도 웨이팅이 있어서 놀랐다. 고풍스러우면서 한국적인 느낌이 있었다.


1. 우래옥_가격

물냉면의 가격은 14,000원으로 을지면옥보다는 2,000원이 더 비쌌다. 냉면 외에도 국밥, 불고기,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특징적인 것은 주류에 와인이 포함돼있는 것이었다. 냉면에 화이트 와인을 함께 곁들이는 모습을 보니 새로웠다. 좋은 페어링인지는 모르겠지만, 선택의 폭을 넓혀준 것에 의의가 있는 듯하다.

우래옥_메뉴판

2. 우래옥_맛 평가

맛 평가에 앞서서 을지면옥과의 차이점을 다뤄야 할 것 같다. 우래옥은 자기로 되어있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냈고 젓가락을 개별 포장해서 건네준 반면에 을지면옥은 스테인리스 그릇과 멜라민 그릇에 음식을 담아냈고 젓가락 통에 있는 젓가락을 꺼내 쓰는 형태였다. 가격의 차이인지 정성의 차이인지는 모르겠다.

고명

고명에는 배, 무, 배추김치, 소고기 편육이 있었다. 배는 소금에 무친 듯했는데 면과 함께 먹을 때 배의 향은 좋았으나 단맛이 국물과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와 배추김치는 약간의 신맛과 짠맛 그리고 쌉싸름한 맛이 있어서 국물이 살짝 밍밍하다고 느껴질 때 입안을 깨끗하게 해줬다. 또한, 신맛과 쌉싸름한 맛이 국물의 맛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줘서 질리지 않게 만들어 줬다. 소고기 편육은 역시나 퍽퍽했지만, 육향을 배가시켜줬다. 개인적으로 파 고명과 오버쿡 된 삶은 계란이 없어서 좋았다.

우래옥_물냉면


국물

국물은 옅은 황색을 띠었는데 간장을 넣은 듯했다. 국물에서 육향이 먼저 느껴졌는데 후미에 간장 향이 느껴졌다. 을지면옥보다 육향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간장 향 때문인 것 같다. 감칠맛과 짠맛이 생각보다 높아 삼삼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두 맛이 조화롭게 느껴졌다. 간장으로 향과 색을 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것 같았다. 국물은 살얼음 지지는 않았지만, 차가운 상태로 나왔다.

 

메밀 향은 잘 느끼지 못하겠다. 메밀 향을 느끼려면 옆에 놓인 면수를 한 모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면은 생각보다 탄성이 많이 느껴졌다. 색은 을지면옥의 면보다 더 짙은 갈색을 띠었다.




3. 우래옥_결론

우래옥이 평양냉면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소문을 들었었는데 맞는 것 같다. 짠맛도 부족하지 않고, 감칠맛도 닝닝하지 않을 수준으로 느껴진다. 14,000원이면 높은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색다른 맛과 가격에 부합하는 식기와 인테리어 등은 충분히 투자해볼 만한 가격이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평양냉면 두 곳을 갔는데 두 곳 모두 숟가락은 제공하지 않고 젓가락만 제공을 해줬는데 의구심이 든다. 국물을 먹을 때마다 그릇을 들고 들이키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앞에 간장, 겨자, 식초, 고추 양념을 제공한 걸까? 기호에 맞게 간을 내가 맞추고 간을 볼 때 마다 들이키라는 걸까? 기호에 맞게 넣어 먹으라고 양념을 제공해줬으면 간을 볼 수 있도록 요청하지 않아도 숟가락을 제공하는 게 맞다고 생각된다.


덧붙이자면, 평양냉면 애호가들은 양념을 추가하지 않고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양념을 추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 입에 음식을 맞추는 것이 아닌 음식을 내 입에 맞추는 것은 가학적인 행위가 아닐까 싶다. 음식을 만든 사람도 뜻이 있으니 식탁 위에 양념장을 놓았을 것이다.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애호가들의 말에 취해 필자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길 빌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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