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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해야 알아요.

알았다면 안 해도 됐을 고민.

by 이상인

그동안 나는 책을 낸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겨왔었다. 하지만 어제 드디어 가족들에게 내가 쓴 책을 줬다. 난 가족들이 나를 보며 직장이 아직 제대로 없음에도 다른 쓸데없는 행동을 하고 다닌다며 부정적으로 여기는 줄 알았다. 난 가족들의 그런 부정적인 반응이 두려워 여태껏 몰래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다. 그렇게 의심을 했었다. 그래서 글쓰기와 출판을 하며 힘든 순간이 와도 늘 혼자 걱정하기 바빴다. 혼자 어떻게든 해결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점차 날카로워졌다. 화가 많아졌다. 어두워졌다.



수많은 걱정을 했지만 끝내 가족들에게 내가 쓴 책을 건넸다. 가족들의 반응을 본 뒤에야 모든 것이 내 상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들은 책을 썼다는 일 자체만으로도 잘했다며 나를 칭찬해 주었다. 난 가족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너무도 두려웠다. 하지만 사실 가족들이 글을 쓰는 나를 보며 하고 싶었던 말은 이랬다. 사람이 안정적인 직업은 있어야 거기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다른 일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했다. 화가 많아지고 날카로워졌던 나를 보며 가족들은 단지 그 말을 해주고 싶어 했다. 가족들은 내가 책을 쓴다며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 집에 내가 몰래 낸 출판사의 면허세 고지서가 날아오는 것에 대해 한 순간도 나쁘게 본 적이 없었다. 방황하는 나를 보며 그저 직장을 먼저 가져 마음에 안정을 먼저 찼길 바랐단 걸 두려운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책을 나눠준 저녁,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가족들의 생각을 마주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결국엔 내가 나를 속이고 가족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 결과 가족들에게 안 좋은 말과 행동을 한 적도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런 행동도 다 받아주었다. 그 행동은 두고두고 후회하는 중이다. 가족들이 단 한 번도 나를 안 좋게 본 적이 없단 걸 너무 뒤늦게야 알았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람에서 하게 되었다. 뭔가 일이 안 풀리거나, 삶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찬다면 멈춰야 한다. 내 마음이 어떤지 들여다봐야 한다. 내 변화를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 혹은 곁에서 잘 지내온 사람이 먼저 물어 수도 있다. 그 질문이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또 하나의 신호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보다 내가 먼저 느낄 것이다.


"요즘 들어 화가 많아진 것 같은데?"

"요즘 들어 부정적인 생각이 왜 이렇게 많이 들지?"

"왜 몸이 가면 갈수록 안 좋은 것 같지?"


답은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찾을 수 있다. 그 과정에는 솔직함이 꼭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정말로 솔직해야 한다. 처음 책을 만들고 글을 쓰면서 난 돈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불안하고, 화가 늘어나며 주변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게 단순히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어려워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들이고 나니 그동안 내 마음이 불안한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원인은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야만 한다는 조급 함이었고 욕심이었다.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책으로 무조건 뭘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게 되었다. 내 마음에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 인생을 봤을 때 책을 만드는 일보다 더 우선해야 할 일이었다. 책을 만드는 것, 글을 쓰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번 계약기간이 끝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준비에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내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뭘 먼저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힘든 과정에 있어도 나보다 훨씬 잘 헤쳐나갈 분들이란 걸 감히 말하지만 그럼에도 본인의 마음이 요즘 들어 유독 힘들거나 주변 사람들이 본인에 대해 말하는 것에 느끼는 게 있다면 이 글을 읽고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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