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쓰임을 다 한다는 것

모든 것을 알지 못해도, 할 수 있는 만큼의 기쁨

by 이상인

오늘은 3주 전부터 준비해 왔던 시험을 본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1시간 정도 운전하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어쩌면 이 시험은 내가 스스로 선택했든, 아니면 누군가의 말에 이끌려 갔든 간에, 그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거쳐야 할 시험이었다. 사실 나는 이 시험을 치러야 할 이유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달랐다. 내가 특정한 전공을 했으니 그에 맞는 자격증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그들의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고, 이 진로에 마침표를 찍는 마음으로 시험을 준비했다. 시험을 앞두고는 계속해서 나 자신에게 물었다. "왜 이 시험을 쳐야 할까?"

어떤 일을 하든, 그 이유를 스스로 이해하고 설득이 된다면 주저함 없이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3주 동안 나는 늘 주저하고 있었다. 이 시험이 내 삶과 아무 관계도 없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표는 찍어야 했다. 당연히 시험을 잘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시험지를 채우고자 했다. 빈 공간 하나 남지 않게 적었다.

시험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하늘이 왜 이러나 싶었지만, 그것은 내 단편적인 생각이었다. 비는 5분 정도 쏟아진 뒤 그쳤고, 송홧가루를 씻어내주었다.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나에게 그 비는 오히려 고마운 선물이었고, 비 내린 후 길을 걷는 내 옆에 피어 있던 꽃을 우연히 보며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알지 못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를 깨달았다."
"내 짧은 생각에 갇혀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얼마나 아쉬운 일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몸은 피곤했지만, 계획했던 대로 행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내 작은 깨달음이 여러분의 생각에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나를 모르겠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