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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처럼 돕는다는 것

그게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by 이상인

평일에는 출근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가도 주말이 되면 조금 숨이 틔인다. 하지만 가끔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일이나 식당 옆의 밭일등을 돕기도 한다. 오늘은 밭일을 도와달라는 말씀을 하셔서 아침부터 일을 시작했다. 부모님은 식당일을 하시고 난 밭일을 혼자서 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도왔지만 언제나 적응이 되지 않는다.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다. 오늘도 밭일을 하다 힘들다고 느낀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내겐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보다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늘 나를 괴롭게 했다. 그렇게 아침부터 오후까지 일을 했다. 농사일이란 게 끝이 없다. 텃밭이라도 지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항상 계절마다 시기마다 계속해줘야 할 일이 생긴다. 그래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 중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을 못 봤다. 여하튼 그렇게 일을 하다가 난 부모님께 말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하고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 도와드리겠어요. 좀 쉬고 싶네요." 그렇게 하던 일을 정리했다. 가장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은 끝난 이후라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다만 마지막에 어머니께 들었던 말이 기억에 남아 글을 쓰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항상 보면 늘 도와준다고 말을 하더라. 돕는다는 것은 남을 도와줄 때 쓰는 말인데 가족의 일을 하는 건데 왜 네 일처럼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이 말을 듣고 내 지난날들을 돌아봤다. 물론 일손이 필요하다 하면 어김없이 가서 도와드렸었지만 사실 그게 내 일이라기 보단 부모님이 일손이 필요해서 내가 가서 돕는 일처럼 여겼었다. 그리고 난 내 일이 바쁜 와중에 일을 돕게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늘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전하고 싶다.

'스스로 관리를 평소에 잘해야 한다.' 그게 일정이 되었든 감정이 되었든 말이다. 그래야 정말 내 도움이 필요한 일들 특히 가족의 일을 도울 때 기쁘게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 일 같이 돕는다는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한편으론 어머니의 말을 듣고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는 내가 돕는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내심 서운해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 얻은 교훈은 이렇다. 좀 더 나를 잘 관리해야겠다. 내 일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늘리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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