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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Jul 12. 2023

퇴사 후 시간관리에 관하여

퇴사기 2.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퇴사는 어쩌면 몇 년에 한 번 찾아오는 귀한 찬스에요. 저는 퇴사와 이직 사이의 그 기간을 보너스 스테이지에 비유하곤 해요. 몇 라운드에 걸친 힘든 기간을 버텨내면, 가끔 우리는 이런 선물 같은 시간도 받을 수 있습니다.

개꿀!!

 보너스 스테이지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저 동전을 다 먹을 수 없어요. 반대로, 정말 노력하면 다 먹을 수도 있겠지요? 남들 다 하는 점프만 하지 말고, 벽도 타보고 이단점프도 하다 보면 결국 이 스테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걸 다 얻고 다음 라운드에서 두둑하게 시작할 수 있죠. 퇴사 라이프도 이와 다를 게 없습니다. 적당한 계획과 실행력이 필요할 때에요. 


이젠 팔지 않아요, 내 시간

 백수는 내 시간을 남에게 팔지 않고 오롯이 스스로 소비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엄청난 자유를 얻은 것 같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게 당연한 거에요. 원래 이 시간들은 내꺼였다구요. 여하튼 백수가 되면 평소와 다른 일상에 이 귀한 시간들을 마치 충전모드인 주말을 보내던 것처럼 낭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섭게도 빠르게 그 일상에 적응하고 악순환 속에 스스로를 내던져요. 그리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지표들이 떨어질 때가 되면 등 떠밀려 다시 움직이곤 하죠. 결국 회사 다닐 때와 같이 시간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꼴이 돼버려요.


 하지만 제 시간은 이렇게 낭비되도록 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직준비든 인생공부든 하기 전에, 일단 절대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주변에 전파해서 꼭 지키도록 합니다. 


목적

적당히 쉬고 원하는 회사로 이직을 한다.

사실 이런 거창한 계획서 장교 때밖에 안 써봤는데, 일단 한 분기짜리 계획이니 목적이나 적어보자면, 쉴 만큼 쉬고 원했던 곳에서 새 출발 하는 겁니다. 늘어지는 것도 원치 않고, 조급하게 이곳저곳 빨리 이직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결과

퇴사일로부터 3달 후 맞이하는 가장 빠른 영업일(2023년 10월 10일)에 첫 출근을 한다.

 저는 결과를 미리 쓰는 걸 좋아합니다. 여러 책에서 비슷한 목소리로 말하는 게, 구체적인 목표와 자기 암시였는데 굉장히 쉬운 것이지만 잘 안 되는 부분이에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이를 항상 되뇌면서 뇌에 주입하면 이루어진다는 심플한 뇌과학이죠. 


그리고 이걸 지금 블로그를 통해 떠벌리고(Profess) 있어요.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도 말할 거고 SNS에도 전파할 거예요. 나 3개월 동안 팡팡 놀고 원하는 회사로 갈 것이다. 이거 다 계획된 거다.라고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어느 정도를 쉬고 어느 정도를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신이 아직까지도 서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에 얽매이지 않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쉬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은데 제약이 없으면 몇 번 고삐를 풀다가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버릴까 무서워서 어느 정도의 루틴이나 억제기는 걸어두려고요. 


제가 1,2분기때 보기 좋게 실패한 루틴 만들기에도 성공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간단하게, 이번 3개월 동안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해봤어요.


해야 할 일

해야 할 마인드 셋, 나는 푹 쉬고 내가 정한 날에 출근한다.

잘 자고, 잘 일어나기 - 밤 11시에 잠들고, 7시에 일어난다.

휴식과 활동의 경계를 만들기 - 아침 9시 전에 씻고 하루를 시작한다. 

잘 먹고, 건강하게 살기 - 밥 잘 챙겨 먹고, 운동 빠지지 않기(헬스, 춤)

주말엔 쉬기 - 주말엔 뇌를 빼자!

회사 다닐 땐 할 수 없는 일 하기 - 원 없이 책 읽고 글 쓰는 것도 좋은데, 회사 때문에 하기 힘들었던걸 위주로 해보기

하지 말아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마인드셋, 자책하면서 조급해하기

늦잠자기 - 를 포함한 루틴을 안 지키는 행동들

운동 째기 - 아침에 헬스 안 가거나 비 온다고 춤 배우러 안 가기

시간 낭비하기 - 이 귀한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재미없는 일 하기 - 이 귀한 시간에 재미없는 일을 한다? 용납할 수 없다.

개발 공부만 하기 - 이 귀한 시간에 개발공부만 한다? 다른 재밌는 공부가 많다.

공부하고 또 공부하기 - 공부했으면 도파민도 주입하란 말이야


지표

쉬는 것과 방탕하게 보내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런 걸 기록하는 것 자체가 시간을 잡아먹고 고역이긴 하니까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기록하도록 합시다. 주 1회 결산 시간에 쭉쭉 기록하고, 그래프로 볼 수 있도록 대시보드를 구성하면 될 것 같아요. 생각해 본 건 다음과 같아요. 

1. 스크린타임, 앱 사용기록 - 애플에서 제공하는 스크린 타임, 화면 깨우기, 가장 많이 사용한 앱 순위를 기록합니다. 콘텐츠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2. 운동시간 - 운동할 때 꼭 애플워치 가져가서 기록하고, 건강 앱에 기록된 지표 중 칼로리나 걸음수 정도만 기록합니다.

3. 공부시간 타이머 - 개발 공부는 물론 책 읽기, 글쓰기를 하는 시간을 전부 기록합니다. 


이 지표를 기록하는 시간은 꼭 일요일 저녁과 같이 한 주의 마무리 시점으로 정하고, 루틴화 하려고요. 몸이 기억하도록 브레인 근육에 아카이브 합니다.


얼렁뚱땅 시작된 세션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원래 이런 계획이나 다짐 등이 마무리되어야 했는데, 벌써 3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런 생각과 글을 쓰고 있어요. 뭐 퇴사도 3일 만에 한 마당에 이런 생각도 지금이라도 한 게 어디냐 싶기도 하고 여유 좀 부리면 어때요. 마냥 달릴 수만은 없으니, 도파민도 좀 넣어 줘야죠.


여하튼 이렇게 얼렁뚱땅 제 휴식과 이직을 위한 세션이 막을 올렸어요. 3분기라고도 부를 수 있을만한 기간이네요. 누구나 부러워하는 돈걱정 없는 백수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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