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머리를 짧게 잘랐다
2024.9.25.
평소보다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귀찮아서 한동안 미용실에 가지 않아 머리가 꽤 많이 길어져 있었다. 이제 슬슬 서늘해지는 마당에 너무 많이 자르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차피 대부분 실내에 있고 외출했다 하면 한참 걸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평소보다 더 긴 머리를, 평소보다 더 짧게 자르니, 결과적으로 평소보다 더 많이 자르게 됐다. 그래 봤자 고작 한 줌 정도 잘랐을 텐데 온몸이 가벼워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듯 사소하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을 정리하고 예상밖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지난 몇 달간을 되돌아보면 뭔가를 더하거나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고 단순하게 한 시점에 성과가 크게 증가했다. 지치고 힘들어서 조금 더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즉 요령 피우는 방향으로 간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았다.
심플이즈베스트. 어려운 이론이나 감춰진 비밀도 아니고 꽤 흔하고 뻔하고 누구나 아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줄이고 어디를 단순하게 해야 하는지,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경험이 쌓여야 알 수 있는 일이다.
2024년을 시작하면서 다독보다는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실천하고 활용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자고 마음먹었더랬다. 어떻게 현재 내 상황에 적절히 적용할 수 있을지, 지식을 지혜로 바꾸기 위한 과정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새삼 돌이켜 보면서 한 문장을 제대로 해내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런데도 나는 너무 지식에 대해 탐욕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내가 모르는 수많은 재밌고 신기하고 낯선 것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 도파민을 탐닉하는 데만 열중하지 않았나 싶다.
도움을 잘 받는 것도 능력이라는 것은 때로는 타인의 도움을 자신에게 잘 적용할 수 있는 지혜가 얼마나 있냐는 문제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과 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 차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과정과 결론을 적어 놓은 것을 읽고 당장 내가 그런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조급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줄을 더 적어 넣을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는지는 다 헤아릴 수 없다.
어쩌면 단 한 페이지를 해내기 위해 일 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엔 단 하루 만에 수십 페이지를 해낼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과정이 남과 모두 같아야 한다면, 남다른 무엇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의 과정을 겪어도 되고, 또한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