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이 잔다

by 이새벽

끝도 없이 잔다. 깨어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훨씬 더 길 정도다. 커피를 안 마신 지 3일째가 되었다. 그 후로 정말 잠이 밑도 끝도 없이 쏟아진다. 이틀째에는 두통이 있기도 했는데 자니까 사라졌다. 카페인 금단 증상이었나 보다. 그동안 체력을 얼마나 억지로 끌어당겨서 썼길래 이렇게까지 자나 싶기도 하다.


예전에 비하면 커피를 하루 마시던 양의 절반도 마시지 않았다. 수면 시간을 굳이 줄이거나 일찍 일어나려고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페이스 조절을 한다고, 무리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너무 자기 합리화하며 게으르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했다. 그런데 번아웃이 찾아오고 쉬자고 결정한 순간부터 수마가 덮쳐온다.


정말 심각하게 위기감이 들었다.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언제든 또다시 모든 걸 오프 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누구나 과로하면서 사는 게 당연하고 보통처럼 된 시대지만, 그 속에서 현재 내 몸 상태에 맞춰 지속 가능한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까지 정한 원칙은 첫째로 절대로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말이다. 밥 먹을 때 티비나 유튜브를 보지 않고 정말 밥만 먹는다. 청소하거나 단순 작업을 할 때도 음악이나 영상을 틀지 않고 그냥 작업만 한다. 책 읽을 때도 글 쓸 때도 그냥 책만 읽고 글만 쓴다. 걸을 때도 그냥 걷기만 한다.


아직 습관이 덜 돼서 무심코 영상을 틀거나 다른 일을 동시에 하려는 순간이 있지만 계속 그만두는 연습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지루하거나 크게 나쁠 것도 없고 멍하니 있게 되면 그냥 멀뚱히 앉아 있는다. 밥만 먹으니 음식 맛이 더 잘 느껴져서 더 맛있기도 하고 괜히 더 많이 먹게 되는 일도 줄었다.


카페 같은 곳에서 나는 음악 소리나 사람들 소리와는 또 다르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방 안은 공간이 좁고 소리가 퍼지고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울리기 쉽다. 또한 당연히 내가 들으려고, 보려고 트는 것이니 흘려듣지 않고 조금이라도 집중하게 된다. 나와 상관없이 들려오는 세상의 소음들에 비해서 훨씬 자극이 큰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커피에 대한 것이다. 이제는 한 시간 이상 외출을 하거나 걸을 때만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이건 최근 새로운 루틴이기도 했다. 외출할 때 집 근처에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마시면서 걷곤 했는데 날씨도 춥고 해서 나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정신이 아니라 몸을 깨우고 움직이기 위해서만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요 며칠 깨어 있는 시간 동안 하는 일은 정말 평범한 일상을 보낼 뿐이다.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씻거나 하는 그런 것들. 제일 많이, 자주 하는 일은 모닝페이퍼를 쓰는 것이다. 모닝페이퍼가 아니라 그냥 틈날 때마다 계속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일기처럼 쓰게 됐다. 그 외에는 책을 읽거나 가끔 유튜브 영상을 본다.


자느냐고 나갈 틈도 없어 오늘 겨우 잠깐 동네 카페에 가서 뱅쇼를 사 왔다. 커피를 안 마시려니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커피가 제일 값이 싸기도 하다. 커피가 아니면 거의 아이스 음료거나 녹차, 홍차, 초콜릿처럼 역시 카페인이 있는 음료뿐이다.


오늘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피부가 너무 좋아졌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피부가 좋을 수 있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평소처럼 세수하고 보습제 바른 것 외에 관리하거나 하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변할 수가 있다니. 역시 잘 자고 스트레스 안 받는 게 건강에 제일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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