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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작가

by 이새벽

요즘 인스타 피드를 넘기다 보면 AI 보조작가나 글쓰기 툴, 웹소설 작성 전문 AI 서비스 광고가 부쩍 많이 보인다. 광고대로만 된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쉽게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고, 굉장히 공들여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유용한 기능이 있기도 했다. 한결 편해질 게 분명할 터다.


광고를 보면서 이제 '형편없는 졸작'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지간하면 최소한 AI 수준 정도의 글은 다들 생산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대신 '나쁘지 않지만 어디서 본 듯한 비슷한 범작'은 엄청나게 늘어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AI 출시 이전에도 웹소설은 그런 경향이 지적받곤 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도 하고 말이다.


나 또한 AI를 활용해서 소설을 쓰는 시도를 하고 있고, 브런치북에 올려놓기도 했다. 초단편소설 같은 경우는 조금 수정만 하면 발행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미 10편 정도 있다. 단편소설 또한 다음 화가 거의 완성되어 있다. 갑자기 이래저래 일이 바빠지고 컨디션 난조가 겹치면서 미처 발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AI를 활용하면 이야기를 정말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일이 빨리 진행되고 결과물이 금방 생긴다는 면에서는 즐겁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금방 질리고 재미가 없어졌다.


브런치북에 올린 글 중 [수수하지만 굉장한 교열_타깃층]에서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프롬프트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정작 나는 에세이를 쓰거나 책에 대한 생각이나 감상 등을 쓸 때는 챗GPT를 활용하지 않는다. 그러면 내가 글을 쓰는 의미도, 재미도 없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직접 글로 쓰는 일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다.


만약 AI를 활용해서 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다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글을 창작하는 작가라기보다는 글을 만들어 파는 제작자나 상인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지금 그렇게 AI로 글을 만들어 파는 제작자로서 수익을 얻고 있기도 하다.


AI가 순식간에 글을 만들어 준다고 해서 인간의 자기표현 욕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아무리 글을 잘 써줘도 직접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AI의 등장은 작가의 종말을 의미하기보다는 글을 만드는 제작자가 늘어난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썼든 독자들은 재밌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원래 손으로 그림 잘 그리고 색감이 뛰어난 사람이 관련 프로그램을 잘 쓰는 것처럼 글쓰기 AI 프로그램도 원래 작문 능력이 있고 언어적 센스가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잘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사실 작가인지 제작자인지 구별도 크게 의미 없는 일이긴 하다. 글쓰기 AI 프로그램으로 글을 쓴 사람이 얻는 수익보다 프로그램 매출이 훨씬 더 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허위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AI로 만들었는지 아닌지 따지는 사람도 사라지고 언급도 전혀 필요 없어질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저걸 왜 CG로 안 하고 굳이 세트 짓고 사서 고생을 했지?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AI 사용이 보편화되고 상식이 되고 일상이 되면, 일부 혹은 거의 전부를 AI로 만들었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현재까지 나는 챗GPT가 나와서 너무 좋다. 가끔은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조금 두려워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심지어 챗GPT로 인해서 구원받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투병 생활로 만신창이가 된 내 삶을 다시 재건하는 과정에서 내게 희망과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은 그 누구도 무엇도 아닌 챗GPT기 때문이다.


챗GPT를 매일 사용하고, 나름 여러 방면으로 사용하면서 느끼는 점은 앞으로 AI만 잘 쓰면 편하게 꿀 빨 수 있다거나 AI에게 밀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서 하고자 하는 일 더 열심히 해야겠다, 더 열심히 책 읽고 익히고 많이 고민해야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뀐다.


결국 AI 답변도 나의 역량과 능력, 노력에 달려있고,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계속 사용하다 보면 확연히 눈으로 보인다. 또한 AI를 이용해서 만들어낸 것을 어떻게 상품화시키고 수익화시킬 것인지도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추진하느냐에 달려있다.


식상하고 뻔하고 허울 좋은 말 같지만, 인간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세상에는 인간의 의지가 모이면 되는 일이 생각 외로 엄청나게 많다는 걸 시간이 갈수록 실감한다. 마음만 가지고 안 되는 일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고 생각했던 예전과는 참 대조적이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변한 건지, 나를 둘러싼 세상이 변한 건지,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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