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여행을 떠나는 데에는 '힐링'을 원하는
욕망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한 편이어서인지
모든 여행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한 여행이 있다.
2017년 9월,
친정 부모님과 나, 그리고 네 살 수빈이를
데리고 떠난 홍콩 여행이다.
사실 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
어쩌면 다른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홍콩행 비행기에 오른 건,
동생의 장례를 치른 3일 뒤였다.
엄마는 티켓팅을 하는 순간부터
우리가 여행을 가는 건 미친 짓이라고 했다.
아들 장례 치르고 뭐가 좋다고 여행을 가냐,
남들이 알기라도 하면 뒤에서 뭐라고 욕하겠냐,
너무 힘들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등등등...
그렇기에, 여행이 더욱 필요했다.
긴 간병과 병원 생활에 많이 지쳐있었고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이 쌓여있었다.
게다가, 장례를 치르고 오니
병원 업무부터 은행, 보험, 핸드폰 요금 등등
정리하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이 일들을 처리하려면
일단은 동생의 사망 신고를 해야 했는데
주민센터에서는 절차 완료까지
최소 10일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 시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기력하게 집에 있거나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은 사람들의
부담스러운 연락을 받는 것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먹고, 자고 싶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고
잠시라도 떠나고 싶었다.
그 즉시 카드 할부로 홍콩 여행을 결재했다.
부모님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한 곳이기도 했고
추억이 많은 나의 신혼 여행지였기에
또 가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미친 척 떠나버렸다.
그곳에서 일주일을 머무르며
대게 튀김요리와 마라탕을 먹고
유명한 망고 디저트도 즐겼다.
호텔에서 바라본 야경 또한 끝내줬다.
트램을 타고 홍콩의 가장 높은 곳에서 맥주도 마셨다.
많이 돌아다녔고 많이 웃었다.
전화기도 꺼놓았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그간의 아픔을
홍콩 거리에 쏟아냈다.
엄마는 아직도 그때의 일을
비밀로 하고 싶어 한다.
자식을 보낸 죄인이 무슨 여행이냐며
부끄러운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그 여행에서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삼키고 있었다.
그것은 공기로, 음식으로, 매 순간 들어왔다.
그 어려웠던 시간에 우리는 홍콩에 있었다.
세상에는 이런 여행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