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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니 Nov 01. 2022

하루아침에 자율신경 실조증 환자가 되어버린 건에 관하여

그것은 평범한 29살의 나에게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말았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면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해내지 못하게 되었고 흡사 사람으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어떤 낯선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심하게 피곤해도 잠에 들 수 없었고, 잠에 든 후에도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1시간마다 깼다. 위가 멈춰 소화를 할 수 없었고, 음식을 먹으면 온몸이 간지럽기 시작했으며, 얼굴에는 건선이 생겼고 2-3일에 한 번씩 두통을 심하게 느끼거나 온몸에는 염증이란 염증은 모두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온몸이 말도 안 되게 이상한데 딱히 이렇다 할 증세가 없는 상태. 머릿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작은 증상들을 찾아 이 병이 아닐까 저 병이 아닐까 불안한 마음으로 미친 듯이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진이 빠지도록 전전하며 몸을 내던진 결과 나의 병명은 장누수 증후군으로 인한 '자율신경 실조증'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자율신경 실조증'은 쉽게 말해 호흡, 소화, 체온조절, 심혈관, 호르몬 조절 등 사람이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도 몸에서 자동으로 조절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 병이다. 이로 인해 불면증, 소화 장애, 어지럼증, 알 수 없는 신체 통증, 무한증, 지루성 두피염, 이명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일전에 자율신경 문제로 인해 심각한 어지럼증을 겪으신 의사분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심지어 의사임에도 치료법을 알지 못해 꼼짝없이 몇 년을 누워계셨다고 한다. 이처럼 나에게는 심각한 질병이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모를뿐더러, 심지어 설명해줘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정말 환장하는 질병이었다.


나의 경우 장 건강의 악화와 심각한 스트레스의 환상적인 콜라보가 만들어낸 산물이었고, 약물이나 수술 등 명확한 치료법이 없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준비도 없이 맞이한 자율신경 실조증은 나에게 거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심정을 경험하게 해 주었고 180도 다른 삶을 선사(?) 해 주었다. 나는 이 질병의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과정이나 방법이 아닌, 그저 갑자기 밑도 끝도 없는 벼랑 끝에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손을 뻗어 다시 살아가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는 나의 모습을 나누고자 한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인생의 최악을 경험하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작은 온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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