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노오력
내가 맞을 면역 억제 주사의 이름은 '졸레어 주사'였다.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막아버리는 상당히 강력한 주사라고 했다. '간혹' 이 주사를 오래 맞아서 면역 반응하는 세포의 메모리가 지워지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찾아보니 정말 호전되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고, 호전을 포기하고 일상에서 증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용도로 평생 맞으시는 분이 많았다. 하지만 어차피 답이 없는 나는 이 '간혹'에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간절'했다.
그렇게 달에 한번 주사를 맞아가며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역겨운 식사를 지속했다. 그 사이에 '목초 먹인 소고기'가 식단에 추가되었지만, 가뜩이나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기름기 없는 소고기는 그냥 퍽퍽한 고무를 씹는 것 같았다.
주사를 맞고 2달이 넘은 어느 날, 나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면역 반응 자체를 없애는 주사를 맞았는데, 밥을 먹고 난 이후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간지러움이 맞기 전보다 더욱 심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의 간지러움은 2단계가 있다. 처음엔 온몸과 특히 등 쪽부터 개미들이 기어 다니는 느낌이 나다가, 나중에는 온 몸속에서부터 심한 간지러움이 올라오는 단계로 진행된다. 거의 꼬집듯이 간지러운 느낌이어서 잠에 들기가 힘든 지경이었다.
그런데 면역 억제 주사를 맞아 분명 면역 반응이 없어야 할 내 몸이 계속해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의사에게 해당 사실을 말했지만 해결방법이 없었다. 그저 "허어... 대체 왜 그럴까요."라는 말 밖엔 들을 수 없었다. 나는 더욱 심한 불안에 휩싸였다.
결국 다른 병원을 수소문해 처음부터 다시 검사를 하고 다른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새로 간 병원에서 나는 내가 '장누수 증후군'과 동시에 '자율신경 실조증'이라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피곤해도 잠에 못 들었던 이유, 몸에 쉽게 기력이 빠졌던 이유, 몸에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온 몸에 염증이 생긴 이유, 건선이 심해지는 이유. 이 모든 것에 '자율신경 실조증'이 걸려있었다. 이와 동시에 내 몸의 세포가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무엇보다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병원에서 보기만해도 지겨운 영양제들과 함께 자율신경 실조증 치료의 일환으로 '척추에 맞는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이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고, 나는 또다시 '간혹'에 희망을 걸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