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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베어 이소연 Oct 20. 2023

6년만, 두번째 펀딩, 선물

딸에게 살림살이 보내듯


17년에 첫 펀딩을 했고, 그 때도 추석에 심리학 책을 썼고, 

혼자 징징거리면서 추운 작업실에서 주말 내내 택배 50개를 싸던 기억. 

그 때는 하나 수제작하는데 세시간씩 걸리던 중노동의 작업이었다. 

 


여전히 모두가 아팠고, 아프고. 지금은 뭐, 안 아픈 녀석도 하나 추가다. 

대신 사고를 치는. 축구공도 잘 차는.


저 때는 택배를 보내고 도착할 때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밤잠 못들던 시기였다. 

꽃을 택배로 보낸다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니까. 

소심한 마음에 고객의 취향이 나와 안 맞으면 어떡하나,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나 2-3년 차까지 가슴 졸였다.


여전히 혼자 일한다. 그게 좋은 걸.


택배는 가볍게 싼다. 사업 8년차 내공으로 만든 것이 택배싸기력이라니.

보내고 나서도 마음 졸이지 않는다. 괜찮다. 어떤 상황이든 다 해결해봤고, 해결할 수 있으니까.

어렵게 일하지 않는다. 그러면 받는 이의 마음도 어려워진다. 


상담에 관련된 일이 아니라도, 모든 사업은 어차피 심리전이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얻는 것이 포인트다. 

상품은 어차피 열심히 만들거고,

시장에서 살아남은 상품들은 다들 최선을 다한 것들이라 도토리 키재기다.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어마무시한 걸.

 


정성스레, 친정 엄마가 딸에게 살림살이 보내듯이 이것저것 담아 꼼꼼하게 싣는다. 


리본달고, 상자에 담고, 메세지를 쓰면서 느꼈다.

내가 그 동안 사업하면서 그토록 정성스레 굽고 담고 메세지 써가며 보냈던 마음들이

사실은 먹거리 판매하면서 보내기에는 조금 과했었다는 것을.


이런 일을 하며 마음담아 보내는 물건에 딱 맞는 무게라는 것을.

그래서 그런지 몹시 마음이 가볍다. 

택배사에 물건 두고 오는 길의 하늘이 어찌나 예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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