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테 한 모금의 값비싼 사치

그 어떤 향락으로도 가질 수 없었던 그 순간의

by 고민베어 이소연

늘 바스러질 듯한 몸을 이고 살아왔다.




어릴 때는 학교로 걸어가는 길이 늘 하염없이 멀고 하늘은 노랬다. 길바닥의 하수구 구멍이 순간이동장치라면 얼마나 좋을까, 수없이 상상했다. 늘 기운이 없었고 먹으면 배가 아팠다. 대학을 가면서 자취생활과 함께 얻은 폭식 구토증은 몸의 기능을 짓이겨놓았다. 몸에서 영양소 섭취를 필요로 하는데 위장이 흡수를 하지 못하니 먹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병원에서 딱히 이렇다 할 병명이 나오지 않는데 몸은 늘 아팠다. 심리치료를 하며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과 함께 하던 시기에 상태는 극에 달했다. 하루에 대여섯 번씩 토했고, 위와 식도는 상처투성이에 늘 피가 묻어 나왔다. 위경련이 수시로 일어나 쓰러졌다. 타인의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직업이었으니 억지로 끌어올린 텐션으로 과하게 밝게 행동했다. 자기학대가 될 정도로 웃으며 버텼다. 워커홀릭에 독하기로 유명한 담당 교수님이 너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고 진심 어린 메일을 보내주실 정도로 악을 쓰며 살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삶이 참 무의미했다. 몸이 아프면 즐거울 수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이 일으켜져야 하고 싶은 일도, 좋아하는 일도 할 의지가 생기는데 그저 세포 하나하나가 부서질 듯하니 행복도 즐거움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좀 행복해질까 싶어 비싼 옷과 가방도 사보고 클럽도 가보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술도 먹어보고 운동에만 매달려도 살아봤다. 사치도, 향락도, 그 무엇도 답이 아니었다. 이러나저러나 즐겁지 않으니 하고 싶은 대로 멋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을 떠나면, 한국 땅에서 도망치면 삶이 좀 더 나아질까 해서 유학을 준비했다. 혼자 파고들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다. 의외로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하면서 갑자기 폭식 구토증이 사라졌다. 하루에 두세 시간만 자고 김밥 한두 줄이 식사의 전부였고 엉덩이에 불나도록 앉아 책만 들여다보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프지 않았다. 몸이 가벼웠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유학 준비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이지 행복했다. 꿈꾸는 이들과 미래를 이야기하고, 건강한 몸에 맑은 정신으로 하는 공부는 참 신났다. 머리에 김이 폴폴 나도록 집중하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그때 다녔던 강남의 학원 뒤쪽에 한때 유명했던 카페가 하나 있었다.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우유 비린내를 싫어하는데도 그곳에서 먹는 카페라테의 고소한 첫 모금이 참 황홀했다. 공부하느라 돈이 없던 시절이라 이른 아침마다 오천 원짜리 라테를 마실까 말까 늘 그 카페 앞을 서성였다. 딱 한두 모금, 그 맛을 위해 지불하는 오천 원은 내게 많이 비쌌다.


지금도 우유를 못 먹는 내게 라테는 딱 한모금용이다. 카페라테를 받아 들고 한 모금을 입에 머금는 짧은 그 순간, 그 시절 학원 앞의 아침 공기와 가벼운 몸과 평화로웠던 마음이 온몸의 세포를 일깨운다. 미각은 내 컨디션에 따라 참 변덕스럽지만 미각과 기억의 조합은 또 다른 새로운 감각을 창조해낸다.


커피는 내게 수많은 정서적 기억이다. 카페 라떼라는 메뉴의 일반적인 맛이 아닌, 그 시간의 공기와 여운을 머금은 정서적 감각.


신혼여행지였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알록달록한 과일 마켓을 바라보며 마시던 카푸치노 (라테는 아니었지만), 정말이지 아무도 없던 독일의 푸르른 숲 속 카페에서 촉촉하게 비에 젖은 숲을 바라보며 마시던 라테, 노동에 지친 오후 남편이 그려주는 라테아트.


그 어떤 것도 같은 맛은 없다. 그 한 잔 한 잔의 기억이 오늘의 나를 버티게 한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이 그립기보다 지금이 더 나은 이유는 미각의 저장창고가 조금씩 더 쌓여가기 때문일 수도.


[카페라테 레시피]

카페라테의 첫 한 모금이 맛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카페라테에서 맛의 포인트는 샷, 그리고 스팀과 온도다. 우유의 고소한 풍미를 높이기 위해서는 샷의 산미가 강해야 한다. 어떤 카페에서 라테는 참 맛있는데 아메리카노는 신 맛이 너무 강하다면 당연한 얘기다.


또한 따뜻한 라테의 경우 압력이 좋은 스팀기를 사용해 숙련된 스팀 기술을 내야 미세한 밀크폼을 낼 수 있는데, 라테의 첫 한 모금이 참 맛있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이 폼의 부드러운 정도에 있다. 어떤 바리스타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유를 너무 뜨겁게 데워도 비린내가 날 수 있어 고소한 맛을 극대화하는 있는 적절한 온도도 매우 중요하다. 첫 한 모금에 비교해 먹다 식어버린 라테의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적절한 온도, 꺼지기 전의 부드러운 밀크폼, 그리고 산미 적절한 에스프레소가 만나야 그 한 모금의 사치스러움이 비로소 완성된다. 아래는 블루밍로스터리 레시피 기준으로 매우 간단하게 레시피를 써보았다.




<카페라테 만들기>

재료 : 산미가 풍부한 원두, 차갑고 진한 우유


1. 산미가 풍부한 원두를 그라인딩 해 원두:샷의 비율로 1:2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2. 샷이 추출되는 동안 차가운 우유를 피쳐에 담고 스티머로 우유에 미세한 폼을 내어 적정 온도까지 스팀 한다.

3. 컵에 에스프레소 샷을 담고 스팀 한 우유를 부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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