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의 자유, 애플티

꽃향 그윽하던 나의 자유를 띄워

by 고민베어 이소연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반쯤 젖은 머리로 8평 원룸 자취방의 노란 철문을 열고 나와 언덕을 내려가며 맞는 차가운 공기. 적막하리만치 고요한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을 지나면 늘 마주치는 연초록색 마을버스가 정류장에 선다.



내 생에 가장 가볍고, 가장 산뜻하며 제일 외로웠지만 극적으로 평화로웠던 날들.


마을버스가 지나간 횡단보도만 건너면 휴일, 다 내 것 같은 캠퍼스가 나타난다. 푸른 풀밭을 따라올라가 운동장 뒤쪽의 바스락대는 낙엽을 밟으며 괜히 주섬주섬. 아무도 없는 도서관 꼭대기에 올라가 짐을 풀어놓는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걱정도 모르던 시절, 그냥 듣고 싶은 수업이 좋고 읽고 싶은 책만 손에 쥐었다.


올라오는 길에 아침으로 사들고 온 900원짜리 아메리카노와 사과 한 알. 꽃 향을 머금은 사과와 커피 한 잔이 그 평화롭고 서늘한 공기와 얼마나 잘 어울렸던지. 그때 그 외로움이 지금 얼마나 그리운지.


난 늘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미련 없도록 다 하며 살았다. 놀고 싶을 땐 알바 뛰어 굶어가며 노는 데 다 썼고, 공부하고 싶을 땐 하루 두 시간 자고 천 원짜리 김밥만 먹으며 공부했다. 글을 배우고 싶었을 때는 당장 수입이 무일푼인데도, 오고 갈 차비가 달랑거려도 별생각 없이 글만 썼다. 삶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아 내일 당장 죽어도 상관없었으니까. 오죽 마음대로 살았으면 20대에 친구들이 날 보고 밟는 고향땅 다 가진 지방유지 딸 정도 될 거라 생각했다.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농담으로 넘겼다. 이런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니.

그래도 지금은 책임감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을 가끔 한다. 아이를 어떻게 낳고 어떻게 키울지. 아이들이 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냥 가끔, 걱정이 필요할 것 같을 때만. (특히 남편 겁줄 때)


나머지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 만들고 싶은 것 만들고, 한 푼도 없어도 사업 벌여놓고 매출 상한선 찍고 나니 재미없어져 때려치우고 새로운 걸 구상하고 또 글을 쓰고. 스케일도 커져서 건물을 샀다가 팔았다가 또 새로 짓고. ‘어떻게 해야 될까’보다 그냥 하고 싶은 것들을 당장 실행에 옮기다 보면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이루어져 있다.



그래도 아직 그 자유가, 평화롭고 서늘하던 자유가 늘 그립다. 내일 당장 죽어도 걱정할 것 없던 그 외로운 자유가.


꽃향 그윽한 사과와 커피 향기는 그 시절의 자유를 담고 있다. 비록 지금은 향기와 함께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에만 불러일으키는 감정이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잡아두고 싶어서 사과 철이 지나기 전에 청을 담아둔다.



붉은 가을의 태양을 담아, 꽃향 머금은 매혹적인 애플티에 나의 자유를 띄워.








[애플티 레시피]



<사과청 만들기>

카페를 운영하면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청을 담게 되는데, 그중에 쉬운 편에 속하는 것이 사과청이다. 담아두면 다른 청보다 오래 보관이 가능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사과 맛이 상큼하다. 과육까지 아작아작 먹고 나면 속도 든든해 직원들이 허기질 때 한 잔씩 먹고는 했다. 저렴한 사과가 쏟아져 나오는 사과 철이 끝날 무렵, 향긋한 사과꽃 향을 담아두어 보자.


재료 : 사과 2개, 사과와 동량의 설탕, 레몬즙 3큰술


1. 사과는 껍질을 깨끗이 세척한 뒤 얇게 슬라이스 한다.

2. 사과와 설탕을 1:1의 비율로 넣고 레몬즙 또는 레몬을 슬라이스 해서 함께 넣는다. 잘 저어준 뒤 설탕이 녹도록 상온에 둔다.

TIP! 이때 녹은 청의 맛을 보고 사과의 맛에 따라 레몬의 양을 조절해 증감한다. 새콤달콤할수록 더 맛있고 오래 보관 가능하다.

3. 깨끗하게 소독한 병에 청을 담는다.

4. 설탕이 다 녹으면 냉장 보관한다.



<애플티 만들기>


재료 : 사과청 100g, 애플 티백 1개, 끓는 물 200g


1. 뜨거운 물 약간에 애플 티백을 넣어 잠시 우려낸다.

TIP! 애플티는 선택사항으로, 없다면 생략해도 되지만 맛을 풍성하게 해주는 키 포인트다. 히비스커스가 함유되어 있다면 예쁜 붉은색까지 얻을 수 있다.

2. 컵에 사과청 100g을 담고 우려낸 애플티와 티백을 함께 담는다.

3. 끓는 물을 컵 가득 부어 완성.




<애플 에이드 만들기>


재료 : 사과청 100g, 사과 시럽 2 펌프, 애플 티백 1개, 탄산수


1. 뜨거운 물 10g에 애플 티백을 넣어 잠시 우려낸다.

2. 컵에 사과청 100g을 담고 사과 시럽 2 펌프를 넣은 뒤 우려낸 애플티와 티백을 함께 담는다.

TIP! 집에서 만들 때 2% 부족한 홈메이드 맛이 나는 이유는 한 가지가 빠졌기 때문이다. 소량의 시판 제품을 살짝 감미해주어야 감칠맛이 난다.

3. 얼음을 가득 담고 탄산수를 부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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