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치고 스산한 겨울에 초록의 단단함을 담아줄
가장 좋아하는 색을 묻는다면, 초록. 짙은 초록.
옷도 초록, 신발도, 가방도 짙은 초록이 수두룩하다. 남들이라면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색상.
그러고 보니 대학교의 로고도 초록이었다. 대학교 캠퍼스엔 한가득 초록의 잎들 사이 새하얀 목련이 곱게 피어있었다. 남편은 빨강을 좋아한다. 모자건 티셔츠건 온통 옷장에 빨강. 남편 대학교의 로고와 상징은 빨강이었다. 남편 대학교에 놀러 갔다가 온 캠퍼스에 시뻘건 철쭉이 잔뜩 피어있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캠퍼스는 다 초록빛이라 생각했었는데. 자의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대학도 성향과 인연이 있을까.
초록이라 함은 싱그런 여름을 떠올리기 쉽지만 나의 초록은 한 겨울, 환한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사철나무의 뾰족한 잎사귀가 담은 깊은 초록이다. 다른 식물들이 연한 잎을 내밀며 싱그럽게 자라 갈 때 뾰족한 잎에 햇볕을 담고 단단하게 여물어 머금은 깊고 짙은 색. 그 초록을 한 입 머금으면 온 몸에 단단함이 깃들 것만 같은.
이제는 독립적인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색의 상품들을 잔뜩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만들다 보니 먹거리나 로스티드 된 결과물들의 색상은 대부분 브라운.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내놓는 색상은 내 개인 취향과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남편과 나의 취향을 맞춰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꽃을 하던 시절에도 초록잎만 잔뜩 담고 싶었지만 고객들은 알록달록한 색상을 원했다. 그러다 가끔 내 취향의 색의 상품을 만들 수 있을 때 애정이 넘친다. 하지만 초록의 음료라니, 처음엔 나도 선뜻 맛보게 되질 않았다. 풀 맛이 날 것 같은 비주얼이 아닌가. 몇 년이 지나 호기심에 들여온 쑥가루는 나의 최애 템이 되었다.
할매 입맛인 내게 딱. 꼬숩고 보드라운 콩고물 크림에 쑥향 가득한 달콤함이라니, 우유를 먹지 않는 내게도 우유 비린내 따위는 잊게 만든다. 특히 임신하고 나서 어찌나 마셔댔던지. 카페에 재고가 남아나지 않아 몇 봉지씩 채워둔다. 마실 수 있는 초록의 향 중에 가장 단단함이 깃든 맛.
일반적인 쑥 라테와 달리 콩고물을 넣은 생크림을 얹어 맛과 식감을 더했다. 달콤 고소한 크림이 먼저 입에 들어오고, 쑥향과 바닐라향이 조화롭게 마음을 적신다. 몸이 항상 차가운 사람들이 마셔보면 속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재료 : 시판용 쑥 파우더 45g, 쑥 분말 1g, 바닐라 시럽 20g, 우유 180ml, 얼음, 동물성 생크림 50ml, 설탕 5g, 콩고물 1T
1. 동물성 생크림 50ml에 설탕 5g, 콩고물 1T을 넣고 휘핑해 생크림을 만든다.
2. 쑥 파우더 45g, 쑥 분말 1g, 바닐라 시럽 20g, 우유 약간을 컵에 담아 잘 섞는다.
TIP! 바닐라 시럽이 고급스러운 맛을 내주는 키 포인트!
3. 2에 얼음을 담고 우유를 채운 후 콩고물 크림을 얹는다.
4. 크림 위에 콩고물을 예쁘게 뿌려주면 완성!
*HOT 버전 : 2에 스팀우유를 넣고 콩고물 크림과 콩고물을 얹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