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사람과 사랑은 왜 한 글자만 다를까 이런 생각

by 이안

있잖아, 사람과 사랑은 왜 한 글자만 다를까 이런 생각 해봤어?


그렇게 많은 사랑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보고 나서 무슨 사랑을 하셨나요 혹은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궁금하다는 질문들을 하곤 해 그럴 때마다 나는 너를 떠올리기는 하지만 미안해, 이제는 네 목소리조차 잘 떠오르지가 않아


잘 지내고 있니 여태 잠가둔 말이 많고 보내지 못 한 말들이 많아 네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해 시인이 꼭 되어달라는 너의 말은 지켜주지 못할 것 같아 그래도 앞으로 꾸준히 내가 나다웠으면 좋겠다는 말은 여전히 지키고 있는 것 같아


우리, 함께 네 자취방에 누워 밤새 다정을 속삭이다가 해가 뜨기도 전에 바다가 보고 싶다는 너의 말에 무작정 짐도 싸지 않은 채, 지하철에 타서 기차표를 예매하고 새벽에 동해로 떠난 적이 있었지 우린 즉흥적이었고,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었지


일출 시간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해는 가까스로 어스름을 비추고 있었지 하나의 소실점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수평선 너머에 우리의 마음을 던져놓고 찾으러 가는 일이 사랑일 것만 같다고도 생각했었고 발밑까지 일렁이는 파도에 우리는 발걸음을 맞춰 해안선을 마냥 걷기도 했지, 걷다 보면 그동안 멍들었던 우리의 마음을 걷는 것 같기도 하면서


우리는 모래사장에 앉아 동해를 바라보며 모래성을 쌓아 올렸지 사랑은 우리가 함께 모래성을 쌓아 올리는 일이라면, 우리가 뒤돌았을 때 파도에 휩쓸려 모래성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이별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지 그때는 이별조차 사랑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어 그 생각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았지


사람과 사랑은 왜 한 글자만 다를까 사람을 사랑으로, 사랑을 사람으로 불러도 괜찮을까


겨울의 한 가운데 서서 눈 내리는 날에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너는 눈을 뭉치고 뭉쳐 둥그렇게 다듬었지 그러고 나선 이걸로 너를 맞출 거라고 눈싸움을 하자며 달려가던 너의 뒷모습 같은 것 혹은 심장의 둥근 테두리 같은 것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모서리를 다듬어주는 일, 그리고 다 다듬은 마음을 서로에게 내어보이며 부서져라 한없이 말갛기 웃는 일

우리는 그걸 사랑이라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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