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안 Jul 24. 2022

하늘색 천장, 아직은 천장.



매일 아침 눈을 떠 제일 먼저 마주하는 하늘빛 원룸 천장. 지금 사는 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2개의 창문도 아닌 바로 이 하늘색 천장이었다. 6평 남짓의 자그마한 방이 빌라에 갇히지 않도록 하늘처럼 시원하게 덮인 천장. 하지만 푸르렀던 초여름이 지난 후, 슬프게도 천장을 보는 일이 더 이상 기쁘지 않게 되었다. 



구름이 찢기듯 쏟아지는 장마가 시작되던 6월의 마지막, 사무실 벽을 타고 흐르던 빗물로 더 이상 옷이 젖고 싶지 않아 퇴사를 했다. 더 정확하게는 빗물보다 냉랭했던 소규모 회사의 현실과 임금 체불 때문에 일상이 잠수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회사 재정에 장마 전선이 정체되었던 지난 몇 개월 간, 통장으로 흘러오지 않는 월급과 달리 분수처럼 쏟아지는 업무에 지쳤고, 결국 종료를 선언했다. 처음으로 계획된 미래가 없었던 퇴사다. 그래도 1달 안에는 재 취업하겠지 라는 마음과 꼭 그래야만 한다는 오기로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뜻하지 않게 덜컥 시작해버린 백수(白手) 여정의 첫 일주일은 그야말로 쉼 그 자체였다. 아침 6시 반 기상이 몸에 배어 일찍 일어나도 몸과 마음이 상쾌하다. 출근길에 마주하는 장대비 대신 기지개를 켜며 뻗은 하얀 손(白手) 위로 마른 하늘색 천장이 떠있으니까. 그러다 오후 내 잠시 비가 멈추면, 집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각종 OTT 채널 보관함에 묵혀둔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했다. 



이런 게 쉼이고 여유구나 싶었던 한 주. 그토록 기다렸던 휴식은 소나기처럼 재빨리 달력을 스쳐갔고, 문제는 둘째 주부터 시작되었다. 축축한 장마철 속에서도 바짝 메말라 있던 통장의 숫자가 하나 둘 지워지면서 불안의 먹구름이 몰려온 것이다. 



예정된 미래가 없는 오늘,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일. 그런 날들이 2주, 그리고 3주 차를 지나며 원룸 천장이 점점 내려앉는 아침이 많아졌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어김없이 보이는 하늘색, 그리고 천장. 아직까지는 원룸의 천장. 모아둔 적금도 변변치 않은데, 이러다 방을 빼야 하는 상황이 오면 다음 달엔 하늘색 천장이 아닌 길바닥의 하늘을 보게 되는 걸까. 



8월엔, 나의 소중한 친구가 결혼하는 9월에도 월세와 축의금을 낼 돈이 있어야 할 텐데. 비에 젖은 종이 마냥 회사 문턱에 딱 붙지 못하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계속 고치며 기도한다. 내일도 하늘색 천장이 진짜 하늘이 되지 않기를, 그래서 다시 본가로 돌아가지 않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신대, 방 구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