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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안 May 28. 2020

직장이란 운전대를 잡은 너에게

장류진 작가의 《연수》를 읽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오른쪽 끝자락에 자리한 뚝섬역. 지난해 2월을 마지막으로 나는 그곳을 가지 않는다. 아픈 손가락이기도 한 성수동은 인턴 시절의 기억이 묻혀 있는 곳이다. 4년간의 수험생활을 끝으로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 나는 중고 신인으로 인턴의 기회를 얻었다.


'첫 회사생활'. 그 설레는 타이틀에 나는 시작부터 욕심이 많았다. 무엇이든 잘하는 슈퍼인턴으로 인정받고 싶어 온몸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각기 다른 성향의 사수들을 파악하기도, 지시 받은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 매일 혼나기 일쑤였다. 그렇게 기대에서 시작된 첫 회사생활은 결국 아픈 상처로 끝이 났다.






장류진 작가의 단편 소설 《연수》는 사회생활이 버거웠던 우리의 신입 시절을 상기시킨다. 《연수》는 운전 공포가 있던 주인공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인생에 큰 실패 없이 평탄하게 살아왔던 주인공 주연. 그녀는 운전면허 시험에서 첫 실패를 맛본 후, 운전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그러나 면허증이 필요했던 그녀는 다시 연수를 받으며 트라우마와 대면하게 된다.


운전대를 잡는 극한의 공포와 스파르타식 교육을 강행하는 담당 강사까지. 주연은 연수를 받는 1분 1초가 힘겹다. 게다가 배우지 않은 것들까지 눈치껏 척척 해 나가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 생겨 잠 못 이루기도 한다. 차라리 누군가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해 주길 간절히 바라면서도 그녀는 다시 연수를 받으러 나가야만 한다. 운전은 결국 스스로 해내야만 하는 일이기에.



일드 <나기의 휴식>


우리는 매일 직장이라는 운전대를 잡는다. 때론 정신없는 업무에 방향을 잃기도 하고, 어그러진 계약, 직장 동료와의 갈등 같은 예기치 못한 충돌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불안한 운전대를 잡고 다시금 악셀을 밟는다. 나아감으로 성장의 연비를 쌓는 것이다. 소설에선 주연이 결국 운전 면허증을 취득하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끝내 두려움을 극복하고 멋지게 성공했으리라 믿는다. 고통 속에서 한층 더 단단해질 우리의 직장생활을 기대하는 것처럼. 매일 두려움을 마주할 모든 직장인에게 나는 《연수》의 마지막 구절로 응원하고 싶다.





‘계속 직진.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연수 #장류진 #에세이 #사연있는_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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