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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년 Jan 24. 2022

슬픔의 출처

나는 알고 싶었다. 

아니 알아야 했다. 내 슬픔의 출처를 


 김이 부옇게 낀 거울에선 모처럼 들여다본 얼굴이 그 새 늙어진 것 같아서?

간혹 반짝이며 그 존재를 드러내던 가닥가닥의 귀여웠던 흰 새치가 이제는 차마 뽑을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

수북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눈꼬리에 슬며시 생겨버린 주름과 벌겋게 충혈된 눈, 미간에 패인 골짜기가 낯설어서일까..


지난주에 뵙고 온 아버지의 메마른 다리 때문이었을까. 멋들어진 가르마가 타 져 있지 않은 당신의 머리 때문이었을까. 세면대 위 작은 컵에 담겨 있는 틀니 때문이었을까. 다 늙은 아버지를 보는 아들과 그런 당신을 닮았을 뿐인 게 다인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어색한 침묵 때문이었을까. 


특출 나지 않았지만 헌신적으로 살았던 당신과 특별하고 싶었지만 열심히만 살았던 아들의 닮아있는 후회의 모양새가 나는, 우리는 가여웠던 것일까.


내색하지 않았지만 숨기지도 못했던 상대에 대한 동정과 원망 사이 그 어디쯤의 애매한 눈빛으로 서로를 배웅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한달음에 도망쳐 온 그 순간이 너무 창피해 서였을까.


왜 하필, 나의 하루, 내가 가장 나 다울수 있는 이 순간에 나는 그때를 생각하는 것일까. 

그래서 어찌해도 슬플 수밖에 없는 망한 날들의 연속인 것일까.


너무도 잘 알아서 알고 싶지 않은 이 슬픔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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