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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Apr 04. 2020

박애주의자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어요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어요"


어느  나는 박애주의자가 되었다. 눈을 떠보니 나는 모두를 사랑하지만, 누군가를 특별히 사랑하지는 않는 사람이  듯했다. 20 동안  번의 연애를 겪고 나서였다. 어쭙잖은 트라우마라던지 무기력에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삶의 구성이 심플해지고 나서부터라고 할까.


누군가는 물었다.


"원래 박애주의자는 둘 중 하나 아닌가요? 모두를 엄청나게 사랑하거나 모두를 조금 사랑하거나. 문란하거나 금욕적이거나"


"그렇다면, 금욕적이겠네요"


"네. 그래서 힘들 거 같아요"


박애가 힘든 이유는 금욕도 있지만, 엄밀히는 균형 때문이다


박애가 힘든 이유는 금욕도 있지만, 엄밀히는 균형 때문이다. 모두를 똑같은 질량과 밀도와 무게로 사랑해야 한다. 그게 말이 쉽지 행하기가 참 어려워서 불편한 사람도 포용해서 사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나의 그릇을 넓혀가야 하는 문제다. 물론 그 반대도 존재한다. 사랑을 몰아서 주고 싶지만, 그 마음을 모두 담을 수가 없어서 감하는 케이스. 그때는 또 절제가 필요하다.


참 피곤하게 사는 거 같다. 좌로든 우로든 결코 치우쳐선 안 된다. 좁고 협착한 길이다.


벚꽃이 만개할 때 즈음엔 항상 마음이 뒤숭숭하다


벚꽃이 만개할 때 즈음엔 항상 마음이 뒤숭숭하다. 활짝 핀 꽃만큼이나 나도 사랑을 꽃피워야 할 거 같은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하지만 좀처럼 설렐 일은 전혀 없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특별하지 않으니까. 그게 박애주의자가 안게 되는 본질적인 딜레마다.


더군다나 세상의 모두가 박애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음 쓰는데 인색하지 않은 그 사이 어딘가의 적정선도 잘 찾아야 한다. 중심이 단단해야 박애 노선이 중간에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의 흔들림이 단순한 흔들림으로 끝나지 않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길….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하는 삶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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