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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May 17. 2020

복잡하지 않은 맛

심플함이 주는 치명적인 매력




단순함이 주는 명료함을 사랑한다


단순함이 주는 명료함을 사랑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날 것의 있는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맛, 그것은 내가 살면서 사랑하는 많은 것 중 하나다. 가령 예를 들자면 아메리카노 같은 것들…. 아메리카노는 약간의 물 외에는 그 어떤 감미료도 넣지 않기 때문에 원두 자체의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복잡하지 않은 맛의 가장 큰 매력은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때 재료의 퀄리티는 가감 없이 드러난다. 아메리카노는 그 특성상 라떼나 카푸치노와는 달리 각종 시럽이나 스팀 밀크를 더해 어쭙잖게 원두의 맛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입맛이 아주 예민하거나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산미(신맛)가 강한 원두를 사용했는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교묘히 감추거나 숨기는 속임수가 일절 통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왠지 이런 간결함에 묘하게 끌려서 요거트 스무디도 플레인 맛을, 치킨도 바삭함만을 극대화한 프라이드를, 고기도 양념 없는 생고기를 소금에 살짝 찍어 먹는걸 가장 좋아한다. 본질에 집중한 맛. 본질이 주는 끌림은 아주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끌림이다. 구태여 그리고 곱씹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를 느낄 뿐….



눈을 뜨면 보이는 게 너무 많은 세상 속에서, 이제 복잡함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저 피로감일 뿐이다


눈을 뜨면 보이는 게 너무 많은 세상 속에서, 이제 복잡함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저 피로감일 뿐이다. 모든 군더더기를 내려놓은 단순함은 꽤 시원시원하게 느껴진다. 더하고 포장하고 꾸미기를 내려놓은 순수한 결정체. 내가 궁금한 건 포장지가 아닌 안에 담긴 내용물이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취향은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어딘지 모르게 표리 부동한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 수 없달까? 그냥 적당히 잘 지낼 수야 있겠지만 왠지 깊게 얽히고 싶진 않다. 그 표리 부동함이란 게 통상적으로 상대를 위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유익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 하다 보면 손해를 보는 쪽은 대부분의 경우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다. 물론 인생을 살면서 적당한 꼼수나 지혜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진심은 진심과 만났을 때 빛을 발한다. 그것이 남들이 보기에 다소 답답하거나 미련해 보일지라도.



그리고 당신과 내가 거울로 보듯 희미하게 보는 것이 아닌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가끔 촌스러워 보이더라도  순간에 꾸밈이 없는 진실한 사람이 좋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솔직함. 세련된 미사여구로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말보다 조금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담긴 담백한  마디가 좋다. 그게 나에게는 훨씬 가치 있는 것이므로…. 나는 거울로 보는  같이 희미하게 가 아닌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보듯 선명하게 보고 싶다.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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