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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Jun 19. 2020

도마뱀

사건번호 12020421







한때는 제 몸이던 꼬리를 자르는….
이 녀석 참 별로다


불완전한 피조물이 받은 사형선고,

죄목은 자기 파괴(自己破壞)


우물의 밑바닥엔 자기혐오(自己嫌惡)가 가득하다

애초에 도마뱀은 태생부터 방어적이었


그런 주제에 객기 부리다

그럴 위인이 못되어 스스로 자멸….

생태계 교란을 불러일으켰다


어차피 안 좋을 것이

‘살기 위해 꼬리를 자르고 도주(逃走)하자’


한때는 제 몸이던 꼬리를 자르는….

이 녀석 참 별로다


고매(高邁) 하지 못한 도마뱀의

몸에서 지독한 악취가 난다


그 지질함에 조소()가 번진다

얄팍한 자기 보호


허물을 벗고 뒤돌아 보니,

한때는 온유하던 꼬리가 빛을 바랬다

괜스레 슬퍼졌다 모든 것은 퇴색


유(有) 의미하다 믿 모든 것들은

이제 무(無) 의미해져야만 한다


꼬리를 떼어낸 생채기가 이내 아물면

녀석은 또다시 살아갈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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