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제 몸이던 꼬리를 자르는….
이 녀석 참 별로다
불완전한 피조물이 받은 사형선고,
죄목은 자기 파괴(自己破壞)
우물의 밑바닥엔 자기혐오(自己嫌惡)가 가득하다
애초에 도마뱀은 태생부터 방어적이었다
그런 주제에 객기 부리다
그럴 위인이 못되어 스스로 자멸….
생태계 교란을 불러일으켰다
어차피 끝은 안 좋을 것이다
‘살기 위해 꼬리를 자르고 도주(逃走)하자’
한때는 제 몸이던 꼬리를 자르는….
이 녀석 참 별로다
고매(高邁) 하지 못한 도마뱀의
몸에서 지독한 악취가 난다
그 지질함에 조소(嘲笑)가 번진다
얄팍한 자기 보호
허물을 벗고 뒤돌아 보니,
한때는 온유하던 꼬리가 빛을 바랬다
괜스레 슬퍼졌다 모든 것은 퇴색됐다
유(有) 의미하다 믿던 모든 것들은
이제 무(無) 의미해져야만 한다
꼬리를 떼어낸 생채기가 이내 아물면
녀석은 또다시 살아갈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