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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빛나 Apr 04. 2016

소설

책이 현실에게

네가 한 모든 말이 옳았어. 나는 너를 잊을 수 없고 우리의 기나긴 소설에 마침표 하나를 찍지 못해 괴로워해. 나는 아직 우리가 지냈던 소설 속에서 살아. 주인공이 떠나간 빈자리를 보며 세상에는 눈처럼 먼지가 내리고 있어. 네가 떠난 후로는 계속 공허함만이 맴돌지. 나는 요즘 페이지를 자주 넘어다녀, 과거의 네가 있거든. 가끔 네가 우는 모습이 나와. 그때는 몰랐는데 말이야, 네가 했던 말 하나하나에 쉼표 마침표 모든 것에 말이야, 마지막 페이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어. 아무튼 내가 하려던 말은... 어제는 이런 이야기를 거닐었어. 「그녀는 차를 쏟고 말았다. 미적지근한 차였다. 손으로 축축해진 무릎을 슥슥 문지르다 시선을 맞대며 '미안, 네 생각이 담긴 차인데.' 하며 사랑을 뱉었다. 그러면 그는 라일락이 그려진 손수건을 건내며 괜찮다고, 바다는 깊다고 한 마디 남겼다.」 사랑스러운 저녁이었지,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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