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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빛나 Apr 04. 2016

신세대 젊은이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2016 3 24

꽃이 피었다 동백은 벌써 한 잎씩 지고 있더라 봄의 제일 처음을 장식한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동백은 어떤 로맨스를 즐길까 봄이 가득이다 새벽 깊이 잠기어 이불 속에 숨어 있어도 어디선가 누군가의 사랑이 새어 들어온다 슬프다 철저하게 외로웠다 모든 것이 계획된 것만 같았다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바스라져 나를 스쳐 지나가고 목소리들은 내가 아닌 나의 너머의 어딘가로 가고 말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내딛는 걸음이 뻔뻔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신세대 젊은이기에 청춘을 먹고 살았기에

흐른다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인데 나는 무엇이 아프기에 미워하는 걸까 아마 베인 곳에 고인 향기가 있나 보다 미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두려운 것이었다 이 바다의 끝은 어디인가 외딴 섬 홀로라는 이름을 걸 겨울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나 나는 외로움을 덧칠하는 게 두려웠다 표정을 잃을 것만 같았다 나는 미워한다는 마음에 꽃을 피워야만 했다 피기도 전에 스러지는 꽃들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신세대 젊은이기에 누군가의 추억을 갉아먹고 살기에

느리게 숨을 뱉었다 그럴 때마다 아팠다 나는 누군가를 삼키지도 않았는데 어떤 과일이 걸린 것일까 그것은 밤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에게 전하는 고백이었으며 달을 덮는 한숨이었다 언제부터 과일은 슬퍼했을까 나는 이제 걸을 때 누군가를 떠올리지도 않으며 하루를 읊어 보지도 않았다 누군가의 이름을 조용히 씹어 보지도 않았으며 도리어 머금지도 않았다 그저 멍하니 뜬 달만을 바라보고서 과거를 부르며 보고 싶다는 말만 힘없이 그릴 뿐이었다 그것이 나의 임무였으며 목적이었고 기도가 되었다 누군가의 달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따라 걷는 그림자가 아팠다 너는 무엇을 잘못했기에 나를 따라 다니는 거니 너 그 유명한 청춘 살인의 범인인 거니 하고 물어도 소심한 나의 그림자는 너울거리기만 했다 정적이 몇 그루 남아 봄에 가을을 담으려 했다 흐릿한 손이 안쓰러웠다 바람이 불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심장을 꾹 누르고 손을 내밀면 멀어지는 모습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나의 걱정은 참되었다 세월이 담겨 묵직한 바람이 부니 그림자는 벼랑 끝으로 달려갔다 나와의 비밀 약속은 새까맣게 칠하고서 혼자 떠났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저 색으로만 보였다 아무런 계절도 아니었으며 하나의 명사도 아니었으며 나의 기나긴 슬픔에도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사람인가 존재인가 표정이 없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억지 웃음을 짓는 나는 무엇인가 미행성 한가운데서 사랑을 외치다니 우스웠다

그러므로 나는 철저하게 외로웠다 모든 것의 시작은 하나의 점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나는 연필로 새겨진 누군가의 감정에서 태어났다 나는 신세대 젊은이이다 연필에서 태어났기에 나는 모래이고 돌이고 바다였다 모든 이를 품고 있자니 더욱 외로웠다 누군가의 세계를 끌고서 떠도는 신세대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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