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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이 Jan 09. 2019

생각 무더기 01

방학, 유희, 공상

1.
가끔씩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내가 할 때가 있다.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자기혐오와 함께,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 행동을 남에게서 발견했을 땐 분명 잘못된, 퇴행적인 것이 틀림없다고 여겼지만 스스로 겪어보니 어쩐지, 이 행동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여기고 싶어졌다. 실제로 난 내 행동을 합리화 했다. 어쩔 수 없는, 어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고. 핵심적인 것은 그 행동을 겪은 후 타인들이 나보다 더 위의 단계에 위치해있던 것은 아닐까 고민해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보다 더 일찍, 빨리 이 행동을 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보다 더 우위의 단계에 있는 게 아닐까. 뭐 그런.(우위에 있다고 해서 별 중요한 의미는 없지만 어쩐지 뒤처진 듯한 기분이 든다. 아주 고질적이고 병리적이게도.)


2.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적 유희라는 점에서 무언가 유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한낱 허풍에 불과하고, 시간으로 치자면 한결같이 멈추어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으로는 아주 조그마한 발전밖에 이뤄낼 수 없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아주 정적인 내 공간에서 사유하는 것은 꽤나 멍청하게 여겨져서. 차라리 내 발을 움직여 가고자 하는 것에 도달하려는 것이 오히려 더 낫게 느껴져서. 그래서. 무의미하단 생각이 든다. 한없이 말이다.


3.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 때는 늘 있다. 반대로 뭐든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때도 늘 있다. 늘 그 둘은 싸운다. 싸움의 결과는 행동으로 정직하게 나타난다. 이 혼돈 속에서 조금은 어지러울 때가 많다. 의미있게 살고 싶을 때, 되는 대로 살고 싶을 때. 이 둘도 같은 맥락이겠지. 어느 쪽으로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무엇을 택하든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존재한다. 계획을 짜고, 그 계획대로 살아도 허망한 기분이 들고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계획을 지키고 있으면서도 철저하게 그것을 무시하고 싶은 충동이 늘 도사리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답을 선뜻 하지 못하고 매번 답이 바뀌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

4.
생각이라는 것을 좋다고만 여겼는데, 마냥 그렇지고 않나 보다. 무언가를 하기에 앞서서 망설이는 마음은 전부 걱정에서 나온다. 주춤주춤 하다가 결국은 피해버리고 마는 것도 단지 걱정과 오해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내 추측과 의심으로 덧대어진 생각 때문에 나는 뒤돌아서고, 다음을 기약한다. 단지 하면 되는데. 걷기 위해서 오른 발을 내딛은 다음 다시 왼발을 움직이면 되는 것처럼 현재의 다음을 시행하면 되는데. 무거운 생각 때문에 거리 한복판에 서게 된다. 우두커니, 재고 비교해보느라 시간을 흘린다. 물론 생각이란 과잉과 낭비를 막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오해와 걱정을 불러올 수 있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살 필요가 있다. 이끌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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