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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디미드

“지나고 보니 더 선명해진, 그런 하루가 있나요?”


10년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던 저는 번다버그라는 시골 동네에서 6개월을 살았습니다. 농장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옥상에 있던 해먹에 누워 밀려오는 생각들을 애써 밀어내곤 했습니다.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이 도망치듯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날, 옥상에서 수많은 별들 중 희미하게 깜빡이던 별 하나를 만났습니다. 빛은 강하지 않았지만, 그 위치는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부끄러움과 동시에 묘한 안도감이 몰려오던 그날은, 지금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입니다.


저의 20대는 주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특별하다고 느낀 적도, 남들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습니다. 40대를 바라보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평범했기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었고, 자주 흔들렸기에 멈춰 있지 않음을 지금도 여전히 알아가는 중입니다.


더 늦기 전에,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하루들을 하나씩 꺼내보았습니다. 시간의 순서가 아닌 기억이 가장 먼저 닿은 순서로요.


얼마 전 서울로 미팅을 가는 길, 우연히 학창 시절 가까웠던 친구를 십여 년 만에 만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라는 질문에 제대로 몇 마디 건네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건물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언젠가 나른한 일요일 오후, 그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 이 책에 담아 전해주려 합니다.


책은 특별한 결심이나 거창한 전환점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에서 발견한 작은 반짝임들을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꺼내는 기억 속 어느 날이 당신의 하루와 닮아 있을지도 몰라요. 길지 않은 이야기들이니, 조용한 날 어딘가에서 커피 한잔 옆에 두고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202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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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