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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초보사장의 독재정치

by 디어싱클레어

5년 전 처음 베이커리카페를 열었을 때는 코로나 시기였다. 당시 수많은 매장들이 폐업을 했다. 당시 운이 좋게 대형베이커리 자리가 좋은 가격에 나와서 그동안 모았던 돈과 부모님의 도움 그리고 대출을 받아서 시작하게 됐다. 운이 좋은 것도 잠시 우리 역시 끝이 안 보이던 코로나로 허덕이게 되었고, 다시 한번 부모님에게 돈도 빌리고 대출도 영혼까지 끌어모으면서 하루하루 버텼다. 그때는 정말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안 좋은 시기에 레드오션에 뛰어들었단 생각으로 후회와 공포의 연속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런 상황의 감정들을 직원들에게 표출했던 것 같다. 변명을 좀 해보자면 통제되지 않는 외부요인에 대해서는 내가 따로 어떠한 방법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내부적인 부분들을 하나씩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외부적인 문제를 핑계 삼아 장사가 안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를 찾는 고객들이 있고, 그들에게 확실히 좋은 인상을 남겨야 다음에도 우리에게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조각들이 쌓이는 것이 단골고객 형성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이 미흡하게 보일 때면 직원들에게 강하게 피드백을 줬다. 사실 한참 후에 깨달은 건데, 우리나라에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관한 의식이 전반적으로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 기 때문에 일방적인 강한 피드백은 사실 직원들을 괴롭게 할 뿐이었다.(이는 1년쯤 지났을 때 깨달았고, 이에 대해서는 후에 좀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다행히 현재 매장엔 3년 차 이상 혹은 창립멤버들 다수가 여전히 나와 함께 해주고 있고, 그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이 사업을 유지하면서 가장 자랑할만한 자랑거리가 우리 직원들이다. 그들은 이 고약한 대표와 함께 달콤한 퇴직금도 미룬 채 함께 하고 있다. 어쩌면 인복이 좋은 것은 행운을 타고났다. 농담 삼아서 직원들에게 내가 자석처럼 고약하니 착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고약한 사람을 밀어낸다고 하곤 했다.

최근엔 우리 본점 매장의 시작을 함께 했던 매니저가 퇴사를 했다. 20대 청춘을 우리와 함께 했고, 30살에 결혼을 했고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4-5년 정도 육아에 전념하고 싶다고 했다. 임신 소식과 함께 상담을 해왔고, 바로 퇴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좋은 소식으로 퇴사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이상했다. 미흡한 초보사장과 우당탕탕 오픈을 시작으로 성장하는 모든 과정에 함께 일한 친구가 어느새 퇴사를 한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육아휴직을 주고, 그동안의 일들을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그 친구가 아이를 키우고 5년 정도 지나도 자신의 자리가 있겠냐는 질문을 했다. 때로는 강압적으로 혼내기도 하고 독재정치를 하는 사장이었는데 왜 함께할 생각을 했냐고 나는 물었다. 그 친구는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 명확하게 보였고 함께 일하는 시간들이 재밌었다고 했다. 내가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그래서 강압적이었던 부분들이 악의가 없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 그 친구가 다른 곳이 아닌 우리와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물론 우리는 더 커질 거고 우리의 성장을 함께 했던 그 친구의 자리는 언제나 비워둘 생각이다. 왜냐하면 내게 가장 많이 혼나면서 나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브랜드에 대해서 가장 명확히 이해하는 우리의 팀원이니까(ㅋㅋ)


Ps) 그때 직원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한 게 아닌가 후회하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할지도 모르겠다. 회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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