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가적일상추구 Apr 14. 2021

김은국- 순교자

부조리한인간 삶에대한 르포

소설가 김은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한국계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이력이다. 하지만 그의 문학은 영문으로 쓰인 영문학이며 그 모든 작품의 저자는 미국인 리처드 은국 김(Richard E. Kim)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한국 아니 조선에서 태어났고 그의 문학 또한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그리고 이어진 군사정권 등 조국의 고난이 그의 문학적 모티브이자 극복하고자 했던 부조리한 현실임은 틀림없다. 


소설가이자 영문학자인 김은국은 1932년 함경남도 함흥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1947년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월남하여 목포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6.25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해병대에 입대하여 미군 사령관인 아서 트르소 소장의 부관으로 근무하다 제대하여 그 인연으로 도미 하버드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까지 받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요즘 말로 하면 딱 엄친아 아니 초일류 엄친아라는 수식어까지 넣어야 직성이 풀린 정도의 엄청난 이력을 가진 분이다. 1980년대 초반 모교인 서울대학교 영문과에서 2년간 교환교수 자격으로 근무하는 등 고국에 대한 마음이 컸던 그는 2009년 6월 미국의 자택에서 7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오늘 포스팅할 작품은 그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순교자이다.
1964년 작품으로 우리나라는 그 이듬해 장왕록이라는 분이 번역본을 출간했다고 한다.

그 후 저자 김은국 자신이 1990년 한국어본으로 출간하여 우리는 우리말로 쓰인 대단한 작품을 직접 읽을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기독교 집안 출신으로 참전하여 느낀 인간 삶의 의미를 전쟁이라는 비극과 종교라는 희망을 섞어 되새겨 본 우리 문학사에(작가 자신이 한국어판을 직접 쓰었기에 어쨌든 우리 문학사에 포함된다고 생각된다.)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과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소설은 대학강사 출신의 정보부대 장교 이대위가 장 대령이라는 지휘관과 평양에서 6.25 전쟁 바로 전에 있었던 12명의 목사 학살 사건을 조사하던 중 진실을 은폐하고 공산정권의 무자비함을 선전하려 그들을 순교자로 만들려는 장 대령과의 갈등 그리고 14명 중(1명은 살아남았으나 정신병자가 되어 수사선상에서 제외됨) 유일하게 멀쩡하게 살아남아 반역자로 오해받지만 묵묵히 예수님의 가르침인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신 목사를 통해 전쟁과 종교라는 절망과 희망 속에서 인간 삶의 그 본질적 무의미함에 대한 처절한 질문들을 쏟아 낸다.


특히 전쟁이라는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군중에겐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프로파간다 그 하나만을 위해 거짓도 진실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에 대한 냉소적인 지적이 눈에 띈다.

그뿐만이 아니라 12명의 목사가 죽음 앞에서 기도하며 처연히 하나님 앞으로 가는 길이라 여기며 종교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종교를 버리는 선택이 과연 제삼자 입장에서 이것을 선과 악의 기준으로 판단 내릴 수 있느냐 하는 물음은 종교라는 인간 삶의 커다란 버팀목도 결국 늙거나 병들어 천천히 죽어감에 대한 준비로 종교를 가지는 것이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벽 앞에서는 여지없지 무너지는 모래성과 같은 것이 될 수 있구나라는 대목에서 인간 삶의 부조리함을 가감 없이 통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저자 김은국은 소설 속 두 인물. 그러니깐 하나는 철수하라는 명령을 뒤로하고 환자를 위해 끝까지 환자 옆에서 의사의 본분을 다한 군의관과 또 다른 하나인 목사로서의 종교적 신념을 잃지 않고 고통받는 약자를 위해 죽는 순간까지 종교를 지키고 희생한 신 목사 이렇게 그 둘이 마치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주인공들과 같은 강한 신념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그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시대적 아픔을 몸으로 경험한 김은국의 경험을 토대로 쓰였다.
비극의 총합인 전쟁과 인간 희망의 총합인 종교가 만나 삶과 죽음의 경제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회고와 진정한 인간상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비록 결론 내리지 않았지만 끝없이 질문하는 청년 김은국의 사유토로(思惟吐露)와도 같은 소설을 한 번쯤 경험하는 것도 아주 괜찮은 일이라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지프 콘래드- 암흑의 핵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