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위로받고싶을 때아무 때나꺼내 읽을 수 있는 책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법구경(法句經)을 소개하고 싶다. 그 유명한 금강경 하나를 읽으려고 해도 삼법인(三法印),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 사섭법(四攝法), 부처십호, 사상(四相) 등 불교의 기본 개념을 나타내는 용어들과 일체유심조, 염화미소, 현상계, 실재계, 돈오점수, 돈오돈수, 정혜쌍수 등 불교에 관련된 일화나 사상을 풀어쓴 개념 등등해서 사실 불교를 그저 마음이 편해지고자 하는 쉬운(?) 마음으로 접근했다 낭패를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저 명상하며 마음의 번뇌를 끊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종교로서 손에 쉽게 잡힐 것 같은 피안으로 생각하기엔 불교철학이 주는 무게감은 상상 이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의 철학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관념론 철학이나 실존주의 철학의 원류가 인도 힌두철학이나 불교철학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기에 그저 우리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집안의 대사를 앞두고 동네 절에 가서 수고스럽게 불공을 드리던 그런 무엇으로 여겨 간절히 원해서 정성을 다하여 빌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신묘한 힘을 지닌 마치 무속신앙과 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상은 이런 것과는 아주 먼 철학적인 종교가 바로 불교이다.
서설이 길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법구경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석가모니의 세속 이름이 고타마 싯다르타이다. 그는 B.C 624∼544년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의 중인도 갠지스강 인근의 카필라(Kapila) 국 아버지 정반왕과 어머니 마야부인 사이의 태자로 태어났다. 29살이 되기까지 궁전에 머물며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으며 결혼해서 자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삶의 진리를 찾아 궁전 밖으로 야반도주를 하여 온갖 고행 끝에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열반의 경지에 올라 그 후 죽기 전까지 약 40여 년간 수행을 하며 자신의 깨달음을 전파했다고 한다.
이 법구경은 그의 사후 약 300년이 지난 후인 B.C. 2세기경 달마 트라다라는 승려가 구전되어 오는 부처님 말씀을 총 26장 423편의 시구로 엮은 불교 초기경전이다.
서두에 말씀드렸다시피 이 법구경(法句經)의 장점은 무엇보다 쉽다는 데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처님 생전에 그는 카필라국 인근을 돌며 당시 평민들에게 그의 가르침을 가리켰는데 그가 살던 시대는 이미 인도에서는 힌두교가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이는 일부 귀족계층(브라만)만을 위한 종교였다. 예수와 같이 혁명가적 기질이 있었던 부처는 일부 귀족계층이 아닌 누구나 마음에 불심(佛心)이 있다며 자신의 깨달음을 기존의 기득권 세력인 귀족에게 설파한 것이 아니라 평민들에게 전파하였기에 당시 중부 인도 갠지스강 인근 평민의 언어인 팔리어로 전해지고 있으며 그 태생상 지금의 이 어려운 교리의 불교철학으로 절대 존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가르침을 후대의 학자 성향이 강한 불교 승려들 특히 중국을 거치며 오늘날의 심오한 형이상학적 종교로 발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불교 초기경전은 부처님의 애초의 설법을 가장 쉬운 언어로 또 종이가 없었던 당시 암송하기 좋은 운문의 형식으로 남아있기에 꼭 종교적, 철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심리적 위안을 받고 싶을 때 누구나 꺼내고 읽을 수 있는 그런 불교 경전이 이 법구경(法句經)이다.
내용은 특별히 소개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앞서 누누이 언급한 대로 당시 삶이 팍팍하던 이들을 위해 부처님의 심오한 깨달음을 최대한 쉬운 말로 또 암송하기 쉽게 운문의 형식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말씀을 편저한 것이기에 마땅히 특별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불교에 대하여 좀 더 깊은 지식이나 이해를 위해서 이 경전을 읽는다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고 할 것이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마음이 번잡하여 어딘가로 피안 하고 싶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펴 들고 읽으면 어미니의 품에 안긴 것처럼 따뜻한 위로가 있는 책이 법구경이다.
마지막으로 부처님께서 가장 아름답고 우리 인간이 배울 만한 기재를 가졌다고 말씀하신 연꽃에 대한 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더러운 흙탕물 연못에서도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한 송이 꽃을 피워내는 연꽃. 부처님은 이 이승의 삶이 그처럼 번뇌로 가득 할지언정 무소의 뿔처럼 수행하여 열반이라는 인간 삶의 꽃을 피우라고 말씀하셨다.
그 연꽃의 교훈을 되새겨 보며 이 시를 소개한다.
저 쓰레기 시궁창 속에서
한 송이 연꽃이 피어나 향기를 품듯,
그 영혼이 잠 깬 이는
이 눈먼 무리들 속에서
찬란한 저 지혜의 빛을 발한다.
법구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