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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Aug 31. 2021

아폴론과 다프네

사랑과 증오에 대하여

로마의 작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는 태양 신(神)의 아폴론과 페이네오스 강의 신이자 강 자체인 페이네오스의 딸인 다프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의 시작은 먼저 아폴론이 대지의 신 가이아가 홀로 낳은 자식으로 꽈리를 틀면 거대한 산과 같았다는 왕뱀 피톤을 죽인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대홍수 이후 비옥한 토지에서 점차 생명이 싹트고 인간들도 활력을 찾아갈 즈음 델포이에서 신탁을 받으러 가던 인간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먹던 피톤을 죽일 것을 제우스가 아폴론에게 명령하자 그길로 델포이로 달려가 피톤을 화살로 제압하였다.

이에 사람들은 델포이 신전을 아폴론을 위해 재건축하고 아폴론에게 신탁을 받을 받게 된다. 특히, 그리스의 도시국가 스파르타가 믿는 신이 아폴론으로 제2차 페르시아전쟁이 끝나고 개선하기 전에 이곳에 들러 제사를 지낸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신화(神話)가 아닌 역사(歷史)이다. (나중에 에로스는 이점을 이용하여 아폴론을 협박 자신에게 유리한 신탁을 하게 하여 프시케를 자신의 신전으로 유인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데, 에로스가 아폴론을 협박하는 근거는 이 포스팅의 주요 내용이므로 천천히 아랫글을 읽으시면 되겠다.)  

피에트로 프란카빌라 作- 피톤을 죽인 아폴론 (피톤을 죽인 아폴론을 향해 에로스가 황금화살을 겨누고 있음. 이는 이어지는 다프네와의 비극을 암시한다.)

그런데 그리스의 신들이 완벽한 신격(?)을 소유한 이가 없듯이 이 아폴론도 우쭐하여 조그만 아기 같은 에로스가 화살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아니면 가소로웠는지 그를 조롱하고 만다.

이에 화가 난 에로스는 당장에 화살통에 황금화살(이 화살을 맞은 사람은 처음으로 본 대상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과 납화살(이 화살을 맞은 사람은 처음으로 본 대상을 증오하게 된다)을 챙겨서 황금화살은 아폴론에게 납화살은 다프네에게 쏘고 서로를 처음으로 대면하게 한다.

당연히 아폴론은 죽을 듯이 다프네를 사랑하여 따라다니고 다프네는 증오하는 아폴론을 죽을힘을 다해 도망 다니게 된다.

아폴론은 사랑의 욕망에 눈이 멀고 다프네는 증오로 진저리 쳤다.

태양의 신 아폴론과 처녀 다프네의 쫓고 쫓기는 달리기 경주의 승자는 당연히 아폴론의 승리가 아니겠는가? 아폴론의 추격을 허락하여 손아귀에 잡힐 즈음 다프네는 페이네오스 강어귀에서 그 강의 신이자 아버지인 페이네오스에게 기도한다.

증오의 힘이 얼마나 사람을 독하게 만드는지 변신 이야기의 나오는 원본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아버지, 저를 도우소서. 

강물에 정말 신력(神力)이 있으면 기적을 베푸시어 전신(轉身)의 은혜를 내리소서.

저를 괴롭히는 이 아름다움을 거두어주소서.'



그야말로 '변신 이야기'라는 책 제목 그 자체이다.

오죽 아폴론을 증오했으면 그 아름다움을 거두어 몸이 바뀌는 기적을 이루어달라고 기도했을까?

이에 다프네는 그 자리에서 점차 변해 결국 월계수 나무가 되었다.

이 나무를 끌어안은 아폴론은 맹세한다.

자신의 화살통에 그대의 가지를 꽂고 개선 행군을 하는 장군에 머리의 그대의 관을 씌워주리라고 그래서 아폴론의 상징이자 승리의 영광의 상징은 월계수가 된 것이다.

이것으로 이 비극은 끝이 난다. 

프란체스코 알바니 작- 아폴론과 다프네

아폴론의 자만으로 인한 벌과 욕망으로 눈먼 사랑의 비극적 종말이 이 이야기의 전부일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 로마인들의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에로스가 사랑과 증오를 같이 관장한다는 것이다.

현대의 정신분석에서는 사랑과 증오의 감정적 토대랄까? 밑바탕이랄까? 아무튼 그 기조(基調)는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사랑의 감정에서 증오로 단순히 파괴적인 감정으로 변한 것이지 욕망이라는 전차에서 나온 한 기류의 증기이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책임을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우고 그 대상에 대해 증오의 감정을 씌어 원망하며 자기방어기제로 선택한다고 한다.

그 후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으려 우리는 무의식에서 부정을 통해 비슷한 대상에 대해 증오로 일관하며 나쁜 감정을 억제시킨다.


아무런 근거 없이 그냥 싫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상처받은 자아(自我)가 내 마음 깊은 곳으로 숨겨버린 무의식 속 방어기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몇 천 년 전 그리스. 로마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에로스에게 황금화살과 납화살을 동시에 가지고 다니게 했을 것이며 욕망에 찬 사랑의 비극을 미리 알려주기 위해 신화(神話)로 남겼을 것이다.

이렇듯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증오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경고를 이 아폴론과 다프네의 이야기를 통해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원망은 누구나 다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상처가 되어 무의식 속에 증오나 부정이 방어기제로 자리 잡아 다프네처럼 도망 다니기 바쁜 안타까운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한 번 자신의 마음속에 증오의 대상이 누구인지 살펴보고 무조건 도망 다니며 자신의 아름다움 조차 포기하는 다프네의 과오(過午)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의 마음을 뒤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베르니니의 조각 아폴론과 다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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