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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Apr 25. 2022

이해인- 작은 위로

이해인 수녀는 우리가 해방되었던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원래의 이름은 이명숙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해인은 필명 그리고 수녀로서의 이름인 수도명은 클아우디아이다.

아버지가 6.25가 일어났던 1950년 납북되어 어머니와 함께 인천과 서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다 중학교 시절 부산으로 내려가 김천에서 여고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가톨릭 수녀가 되고자 했던 마음을 가지고 있던 터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수녀원에 들어가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시(詩) 쓰기를 즐겼던 이해인 수녀는 1975년 필리핀의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는데 졸업논문이 미국의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와 김소월의 시를 비교 연구한 "에밀리 디킨슨과 김소월의 자연 시 비교 연구"였다고 하니 문학 특히, 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것을 몸소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활동하는 작가가 아니고 작업 자체가 수녀원의 구도자이기에 국내 문인(文人) 과의 특별한 교류는 없는 듯 하나 2007년 작고한 피천득 작가와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여 그의 장례식 때 조시(弔詩)를 낭독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오늘은 이런 이해인 수녀의 '작은 위로'를 감상하고자 한다.


작은 위로

      -이해인 


잔디밭에 쓰러진

분홍색 상사화를 보며

혼자서 울었어요


쓰러진 꽃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하늘을 봅니다


비에 젖은 꽃들도

위로해 주시고요


아름다운 죄가 많아

가엾은 사람들도

더 많이 사랑해 주세요


보고 싶은 하느님

오늘은 하루 종일

꼼짝을 못하겠으니

어서 저를

일으켜주십시오

지혜의 웃음으로

저를 적셔주십시오


이해인 시집 '작은 위로' 中


분홍색 상사화

시(詩)를 읽고 있자니 종교인이자 문인(文人)으로서의 따뜻한 마음이 절로 전해진다.

각박한 삶 속에서 누군가가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를 위로하며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뭉클한 마음마저 든다.

먼저 작가로 하여금 안쓰러운 우리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든 꽃이 바로 상사화이다.

이 상사화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식물로 한여름이면 60cm 정도의 꽃대에 큼지막하고 예쁜 꽃을 피워 관상용으로 재배했다고 한다.

한여름 낮 그 뜨거운 기운이 몰아쳐 무언가 분주함으로 어수선한 우리네 세상살이와도 같은 때 고우디 고운 분홍빛 상사화가 세찬 소나기를 맞고 잔디밭에 떨어져 어지러이 굴러다니고 있다.

그 창밖 풍경에 이해인 수녀는 우리네 삶의 안타까운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이네 울고 만다.


천주교 수녀인 시인은 하늘을 보며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며 일깨워주고자 했던 마음인 사랑으로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는 기도를 올린다.

비에 젖은 꽃들에겐 위로를 그리고 아름다운 죄가 많은 가엾은 사람들에겐 더 큰 사랑을.....

마지막으로 인간과 신의 중간자적 입장에서 자신의 무기력함에 좌절하지만 하느님이 조금 더 많은 지혜로 적셔준다면 더 큰 사랑으로 모두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겠다는 다짐으로 시(詩)는 마무리된다. 


정말 간결한 언어로 가톨릭 종교의 최고 선(善)인 보편적 사랑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금 마음에 새겨 주시는 글이 고맙게 여겨지고 작지 않은 큰 위로를 받는다.

이해인 수녀님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위로가 있는 시 '작은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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