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내전에 대한 최고의 르포
조지 오웰의 역자 '카탈로니아 찬가'.
이 책을 온전히 읽기 위해서는 스페인 제2공화국 시절 군부를 대표하는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아 군부, 왕당파, 가톨릭, 지주세력을 한데 모아 이른바 우익 파시즘 세력이 공화국에 대항하여 끝내 승리해 1969년까지 군부독재가 이루어지게 되는 스페인 현대 역사 질곡의 시작점인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도 제대로 알기 힘든데 저 멀리 스페인에서 1930년대 후반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어찌 알겠는가?
우리는 그저 스페인 하면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성당이라고 불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저 남쪽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그리고 레알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붙는 엘 클라시코 더비 이에 더해 뭐니 뭐니 해도 정열의 투우가 떠오른다.
낭만을 가득 머금고 지중해와 대서양을 끼고도는 이베리아반도의 아름다운 나라 스페인.
그런데 그만 1936년 7월에 이른바 파시즘이라고 불리는 국가 우선주의적인 전체주의 세력과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공화제 정부와 내전이 발생한다.
그런데 더 복잡하게 공화제 정부 내부에도 여러 세력이 있었으니 러시아혁명 집권세력인 스탈린의 지원을 받는 공산주의 세력, 마르크스-레닌주의라고도 하며 왜곡되면 트로츠키주의가 되는 마르크스 사회주의 세력, 그리고 모든 국가권력을 부정하는 무정부주의 세력이 그 내전 와중에 첨예하게 대립하니 내전 안에 또 다른 내전이 있었던 스페인 내전. 이제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통해 1936년 12월 스페인의 카탈로니아의 주도 바르셀로나로 떠나 그가 트로츠키주의자로 몰려 스페인을 목숨 걸고 떠나는 1937년 6월까지의 이야기를 함께 해 보자.
우선 '카탈로니아 찬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마르크스 사상의 한계와 러시아 혁명과 이후 소련이 스탈린에 의하여 관료주의적 전체주의로 왜곡되는 과정에 대한 사전 지식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나는 사회학이나 철학, 역사, 문학 등등에 아무런 전문 자격이나 학사 전공 이력은 없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책 저책 기웃거리며 알게 된 넓지만 얕은 지식을 이야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본디 칼 맑스는 정치. 사회운동가가 아니라 그냥 철학자였다.
철학은 영어로 'philosophy' 이것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필로소피아(philosophia) 즉 앎에 대한 사랑이다.
칼 맑스는 인간이 사는 세상에 대한 앎을 사랑하는 학자였던 것이다.
그가 목도한 세상은 자본주의가 성숙한 19세기로 자본가들의 무산계급 즉, 자본이나 토지의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생산수단 중 오로지 노동만을 제공할 수 있었던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대한 착취가 극에 달했던 시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토지와 자본을 소유한 부르주아 입장에서 자신들이 소유한 것들의 이익을 최대화 시키기 위해선 자신들이 제공하지 않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노동을 착취함으로써 자본을 계속 키워 나갈 수 있었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 노동력 착취가 몰고 오는 인간의 소외화 현상에 주목한 맑스는 역사 발전과정에 헤겔의 변증법을 더해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아주 획기적인 기획으로 결국 자본가의 노동자 착취는 이에 대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봉기로 무너지고 생산을 위한 자본과 토지의 공산화를 이룸으로써 노동의 평등을 이루고 종국에는 인류가 모두가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책, 즉 '자본론'을 쓰고, 그냥 쓰고 가 아니라 아주아주 열심히 쓰고 가셨다.
실제 1948년 프랑스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그는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가장 발달한 영국에서 '공산당선언'을 발표하며 자신의 예견대로 혁명이 멀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죽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당연스럽게 그에 따른 혼란이 가중되었는데 이것은 칼 맑스는 그저 철학자일 뿐 정치가는 아니었기에 그 혁명이 무엇을 통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그렇게 1883년 칼 맑스의 우여곡절 많았던 삶이 저물고 20세기 초가 지나갈 무렵 저 멀리 유럽에서도 가장 깡촌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에서 프롤레타리아혁명이 일어났다.
정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맑스에 의하며 영국이나 프랑스 혹은 독일에서 억압받던 민중들의 자발적 혁명이 일어났어야 했는데 러시아에서 폭력혁명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단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이루어졌으니 전세계적인 혁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었다.
러시아 혁명의 주체는 레닌이었다. 레닌은 칼 맑스의 사상에서 따와 하루빨리 전세계 특히 자본주의가 발달(?) 하여 썩을 대로 썩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 종국에는 국가와 국경이 없는 전세계가 공산주의 이념 아래 하나가 되는 그야말로 유토피아적 공산주의 혁명을 꿈꾸었고 그 이념은 마르크스-레닌주의로 레닌 사후(死後) 트로츠키가 이어받아 이끌었다.
그리고 이에 반하는 세력이 있었으니 그 세력의 수장은 그 유명한 스탈린이다.
스탈린은 러시아혁명으로 만들어진 소비에트 연합이 중심이 되어 점진적으로 공산주의 혁명을 전세계적으로 완수해가는 일국주의 혁명을 주장하였다. 이를 마르크스- 스탈린주의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소련을 자신의 손아귀에서 주무르는 독재로 그는 거대한 영토의 소련을 관료주의적인 지배체제로 다스리는 전체주의로 왜곡시켰다.
이 과정에서 자신과는 노선이 확연히 다른 레닌과 트로츠키(레닌은 카더라 하는 수준이고 트로츠키는 망명한 멕시코에 암살자를 보내 살해한다) 뿐만이 아니라 이른바 대숙청이라고 불리는 반대파 제거를 위한 엄청난 피의 홍수라 할 만한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이상 칼 맑스 사상으로 출발하여 스탈린 소련이 탄생하기의 과정을 정말 간단히 흩어보았다.
이제 다시 조지 오웰과 함께 1937년 1월 바르셀로나로 가자.
우선 또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점에 대한 사전 지식을 풀자면 이렇다.
우선 책에서 공화국 정부. 공화국 정부하는 부분과 경찰이라는 표현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좌. 우의 대립이 명확하여 공화국 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이미지가 바로 연상되며 공산당 하면 괴뢰정부가 떠올려지는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 그렇게 고도로 세뇌된 좌. 우 정치체제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하여 공화국 정부가 오히려 프랑코 파시즘 정권처럼 느껴지는데 당시 스페인은 제2공화국이라는 이름 아래 의회에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제, 그러니깐 당시로는 공화제가 공산주의와 그 과도기적 정치체제라 할 수 있는 사회주의 계열의 정부를 지칭하기에 혼란스러웠던 점은 좀 잡고 들어가야겠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 공화국 안에서도 여러 정당이 있듯이 당시 스페인 공화국 정부에서도 무정부주의자들의 단체인 전국노동자 연맹, 마르크스주의자 할 수 있는 통일노동자당, 그리고 스탈린주의자라 할 수 있는 통일사회당의 공산주의 계열 이렇게 세 개의 주요 세력이 있었다.
정리하면 당시 공화국 정부는 독일 나치와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의 지원을 받은 파시스트라 불리는 프랑코 세력과의 좌. 우의 내전과 좌익 정부의 세 개 계파 간의 세력 다툼까지 해서 내전 안에 또 다른 내전이 있는 카오스 그 자체가 스페인 내전이었다.
처음부터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독일과 이탈리아 같은 전체주의 국가가 관여하였기에 이러한 파시즘에 반기를 드는 전세계의 반파시스트들이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참전하게 되었고 조지 오웰 또한 반파시스트로서 이 전쟁에 참전하게 된 것이다.
그는 영국 통일노동자당이 제공한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스페인 통일노동자당의 의용군으로 입대하게 된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 반파시즘에 대응하는 공화국 군에 통일노동자당인 마르크스-레닌주의 계열의 의용군에 참전한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런 그가 도착한 1937년 1월의 바르셀로나(스페인 서북부 바스크 지역부터 동으로 바르셀로나 아래로는 발렌시아까지 공화국 정부가 점령한 지역 중 가장 후방이라고 할 수 있다)는 혁명의 바람이 물씬 나부끼고 있었다. 장군과 이등병이 동지라 부르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식사를 하며 같은 급여를 타는 평등의 의용군 조직에 몸담았으며 잠시 머무르던 그 사회도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구분이 없이 모두 동등하게 동지라 부르며 그간의 인류 역사상 전례 없었던 자유와 평등의 물결이 넘실대는 그런 곳이었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조지 오웰은 인민을 위한 공화국의 탄생을 지켜보고 응원하여 왔으나 파시즘이 그 공화국을 멸하고자 전쟁을 일으킨 마당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는 프랑코 군대와 스탈린의 소련에게 지원을 받는 공산주의 계열의 정부군과는 다르게 별다른 국제적 지원세력이 없는 통일노동자당 의용군의 사정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무산계급 민중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운다는 신념이 사선을 넘나드는 전장에서 오웰을 지지하며 싸우게 하여 그를 의용군 장교의 지위까지 올라가게 한다.
그러던 1937년 5월 전장에서 목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게 되는데, 그는 운 좋게 정맥을 1밀리미터 빗나가게 되어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되어 병원이 있는 바르셀로나로 후송되게 된다.
하지만 1937년 5월의 바르셀로나는 그가 도착했던 1937년 1월 바르셀로나와는 너무도 달랐다.
혁명의 새 바람은 불과 반년도 안돼 싹 사라져 부르주아들의 질퍽거리는 활력과 그들에게 팁을 받으려 굽신거리는 점원과 종업원들로 다시금 변해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계열에서 무정부주의자들과 통일노동자 당원들 특히, 통일노동자당 의용군은 트로츠키주의자로 파시스트들과 내통하여 공화국 정부를 무너트리고자 하는 악의 근원이 되어 철저한 숙청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정의를 위해 국제 의용군에 입대한 조지 오웰이 변절한 트로츠키주의자가 되어 지명수배 대상자가 된 것이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 공화국 정부의 수배를 통해 무사히 프랑스로 빠져나오지만 수많은 스페인 통일노동자 당원들과 전세계에서 몰려든 국제 의용군은 중세 시대를 연상케 하는 지하 감옥에 갇혀 언제 나올지도 모른 반역자가 처지가 된 것이다.
이는 후에 조지 오웰이 동물농장과 1984등을 집필하며 소련 스탈린의 관료주의적 전체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계기가 되는데 나의 입장에서 조지 오웰의 당시 상황을 생각해 봐도 당연한 노릇이고 스탈린의 왜곡된 공산주의로 인하여 지구상의 모든 공산주의 운동이 실패로 돌아갔음은 지금을 사는 누구나 인정하는 역사적 사실로 남아있다.
책 내용보다는 책의 내용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이 책 한 권 잘 읽으면 우리 세계의 현대 역사에서의 공산주의 운동의 말로를 더 정확하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기에 추천하며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소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