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칠순의 나이를 넘긴 시인 정호승.
1950년 01월 03일 경상남도 하동 출신의 시인은 얼마 전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펴냈다.
노(老) 시인은 그 책의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한다.
"영혼의 배고픔은 어떤 양식을 섭취해야 한다. 시(詩)가 바로 그 영혼의 양식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시도 영원히 존재한다."라고 강조했다.
책 제목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도 담담한 어투로 말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이해를 통해 외로움을 긍정하는 것을 책을 통해 나누고 싶었다." 그 얼마나 마음 따뜻한 말인가? 영혼의 허기짐으로 인하여 인간은 필연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외로움 즉, 삶의 실존적 한계를 깨닫고 이해함으로써 이웃을 사랑으로 대하며 삶을 긍정하는 그 용기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또 그 힘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오늘은 이런 따뜻한 마음으로 시(詩)를 쓰시는 시인이 최근에 발간한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동명 시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감상해 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中
읽어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명시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노래한 듯하다.
그늘이 있고 눈물이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다.
상처를 받고 가슴에 묻고 눈물로 살지만 그런 와중에도 똑같이 상처받는 사람들에게 함께 눈물 흘려주며 삶의 그늘 막이 되어 줄 수 있는 그 누구. 생각만으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내가 사랑하고 또 그 사랑으로 내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해 주며 그렇게 부처의 자비와 예수의 사랑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이야기한 그의 시론(詩論)에 부합하는 가슴 따뜻한 시가 아닐 수 없다.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영혼의 배고픔을 달래줄 위안과 용기가 필요하다면 정호승 시인의 시 한 편 사골국물 마시듯 훌훌 한 편 들이 마시고 다시금 살아갈 희망을 가져가길 바라며 정호승 시인의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동명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감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