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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Aug 08. 2023

아낌없이 주는 나무- 쉘 실버스타인

잘못하다가는 잔혹동화가 될 수 있어요.

쉘 실버스타인이 1964년에 출판하여 전 세계적으로 3천만 부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영어 원제는 ' The Giving Tree'이다.

약간 의역을 감한 느낌이 있는데 내 나름은 '그저 주기만 하는 그 나무'로 하고 싶은 마음이 약간 든다.

이 동화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많이 읽는다.

실제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나무가 가엽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당시의 아이들에게 물었었다.

'너희들은 여기서 그저 주기만 하는 나무가 의인화나 어떤 대상으로 환원했을 때 무엇으로 생각할 수 있겠니?"


그때 유치원생 아들은 '부모님'이라고 의기양양하고 답하고 유치원생 아들보다 두 살 어렸던 딸은 원래 나무는 그렇게 주기만 한다고 했다.

내 관점에서 조금 아쉬운 대답이었다. 아들놈은 유치권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쳤을 것이기에 '부모님'에게 의인화했을 것이다. 당시 아무 생각 없던 딸은 막 한글을 떼고 2년 정도 흐른지라 나중에 많은 분량(?)의 글씨를 읽기가 힘들었는지 잔뜩 짜증 난 얼굴로 '나무'는 원래 주기만 한다고 한 대답이 오히려 정답 같았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있는 초등학교 5.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정도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어보기에 상당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에 와서 읽어보라고 하면 학교 공부에 학원 진도 따라잡기도 힘든데 아빠는 괜한 걸 시킨다고 핀잔을 준다.

하긴 아들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다닌 논술학원을 통해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으며,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청소년 판까지 수렴한 나름 독서대가 이기에 어찌 유치원생들이나 볼법한 이 얇은 동화책을 읽겠는가?

책의 저자 쉘 실버스타인 그는 1999년 세상을 떠났다.

사실 지금 이 포스팅을 보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님이 아이들과 이 책을 가지고 어떻게 공감할 것인가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절대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그저 나무에 올라가고 숨바꼭질하고 그러다 지치면 그늘 아래에서 쉬기 만 해도 아이와 나무는 행복해했다.

하지만 소년이 나이가 들고 청년이 되어갈 무렵 소년에게 나무와 함께하는 시시(?) 한 놀이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더욱더 자극적인 것을 위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한동안 소년은 나무 곁을 찾지 않았다.

그리고 소년이 다시 나무를 찾았을 때는 열매로는 감당하기 힘든 삶의 여정에 아무 도움이 안 됐다.

결혼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살 집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무는 자신의 모든 가지를 내주고 소년에게 집을 짓게 했다.

그리고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소년이 돌아와서 자신은 이제 삶에 지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하자 나무는 자신의 줄기를 가져가 배를 만들라고 했고 나이 든 소년은 배를 만들어 떠났다.

이윽고 노년이 된 소년은 더 이상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도 힘도 없고 또 나무도 더 이상 내줄 것이 없었다.

그저 쉬고 싶었던 소년에게 나무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나이 든 그루터기에 앉아 쉴 것을 권하고 소년은 그렇게 그곳에 걸터앉아 쉬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자 이 이야기를 그저 부모와 자식 간의 조건 없는 내리사랑으로 이해한다면 이보다 더 잔혹한 동화가 있겠는가? 아이는 그저 필요할 때마다 부모를 찾고 부모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주고 쓸쓸히 사라져가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이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자란 아이가 가질 수 있는 가치관이 무엇이겠는가?


그렇다고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배울 것이 없겠는가?

나는 아이들에게 두 가지 가르침을 주고 싶다.


하나는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나무를 우리 지구에 비유하고 싶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아무 불만. 불평 없이 공간과 생명을 내주고 있는 지구.

하지만 달라는 대로 주기만 하는 그런 점을 악용 그저 우리가 살기 편한 대로 지구를 병들게 하는 우리 인간에게 닥칠 운명은 무엇이겠는가? 이 나무처럼 나무도 사라질 것이오. 우리도 생명이 숨 쉬는 지구가 사라질 경우 함께 사라질 운명이기에 아이들에게 나무를 아껴야 하듯이 지구를 아껴야 하는 에코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또 아이가 조금 성숙하다면 우리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면 우리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를 갈아먹는 행위이기에 욕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자아라고 할 수 있는 나의 진정한 삶 즉, 나무를 피폐화하지 말고 아름답게 가꾸자는 교훈으로도 접근이 가능하겠다.

이렇듯 그저 희생하는 대상에 대한 고마움과 가여움만을 가리키다가는 이 아름다운 동화를 아이들에게 잔혹 동화로 이해하게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이야기가 주는 희생이 무엇이 되는 냐에 따라 아이들에게 잔혹동화가 될지 진정으로 삶에 교훈이 되는 동화가 될지는 역시 성숙한 어른의 지도가 필요하겠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통해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의 중요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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