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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Dec 05. 2023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으로 꼽히고 있는 소포클레스.

그는 기원전 496년 또는 497년에 지금의 아테네 인근인 콜로로스에서 태어나 기원전 406년 또는 405년 나이는 90~92세 정도에 아테네에서 숨을 거둔 이로 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 년 전 인물이다.

살아생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여 극. 송가. 비가. 잠언 등 123편의 작품을 썼다고 하나 현재까지 전해지는 작품은 단 7편뿐이다. 특히, 오이디푸스 왕.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해서 전해지는 이른바 오이디푸스 3부작으로 유명하다.


오늘은 오이디푸스 3부작의 마지막 완성작으로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라 불리는 이 희곡은 소포클레스가 죽기 직전에 썼다고 전해지며 기원전 401년 그의 사후 같은 이름의 손자가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3부작의 시간 구성상 그 중간에 위치하는 내용으로 첫 번째 작품인 '오이디푸스 왕'과 마지막인 '안티고네'에 비하여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비극적 상황을 인지하고 두 눈을 멀게 한 후 테바이에서 추방되어 아테나이 인근의 콜로노스(원래 오이디푸스가 죽은 장소와는 다르며 작가 소포클레스가 자신의 고향-콜로노스-으로 설정하였다고 함)에서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기에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3부작을 오롯이 감상하기 위해서는 꼭 거쳐가야 하는 중간 기착지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스핑크스 신화의 영웅 오이디푸스나 비극적 운명에 처한 테바이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미지보다 늙고 연약하며 자신의 지난 일에 대한 후회와 변명 그리고 테바이의 왕이자 처남인 크레온과 아들들에 대해 원망하고 분노하다 저주까지 내리는 모습은 영웅이나 근엄한 왕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너무나도 인간적 면모만을 느낄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그리스 고전에 대한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다소 특이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디오니소스 극장(출처: pixabay.com)

우선 그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앞서 말한 대로 자신의 비극(친아버지를 죽이고 테바이의 왕이 되어 그의 친어머니와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고 산 그 자신의 인생 자체)을 그 자신의 오만으로 알게 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이자 아내 이오카스테의 자결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에 이성을 잃고 울부짖던 오이디푸스는 그녀의 비녀를 가지고 두 눈을 찔러 스스로를 벌하고 테바이로부터 추방됨을 요청하게 된다. 이상의  '오이디푸스 왕'에 이어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그 이후 거의 걸인이 되어 그의 딸 안티고네와 함께 아테나이 인근 콜로노스라는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눈먼 노인과 그를 수발하는 젊은 딸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나타나자 마을의 원로들은 그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쉬던 곳은 그리스 여신을 섬기는 신전으로 원로들은 신성한 곳에 이방인이 서성인 것을 불경하게 여겨 그곳을 떠나줄 것을 요청한다.

이때 자신의 작은 딸 이스메네가 도착해 테바이의 사정을 정하게 되는데 내용인즉슨, 둘째 아들 폴리네이케스가 왕좌를 노리고 아르고스 도망가서 그곳 왕의 사위가 되어 테바이를 침략하고자 하는데 아폴로 신전의 신탁이 오이디푸스가 묻힌 곳의 국가가 승리한다는 것으로 나오자 테바이와 아르고스에서 각기 자신의 나라로 오이디푸스가 와서 죽음을 맞이할 것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젊은 시절 영웅의 면모를 지녔던 오이디푸스. 하지만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는 그저 연약한 한 인간일 뿐이다. 구스타프 모로의 걸작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

이에 오이디푸스는 모인 콜로노스의 주민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을 다스리는 왕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그러자 그곳이 아테나이인 것을 알게 되고 그곳의 왕은 헤라클레스에 비견될 만한 전설적인 아테나이의 영웅 테세우스였다.

이에 테세우스는 오이디푸스를 찾아오게 되고 오이디푸스로부터 자신과 딸을 테바이와 아르고스 두 곳으로 가지 않고 아테나이의 머물게 되면 아폴로 신전의 신탁대로 아테나이의 번영을 위해 이 땅에 잠들어 수호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테바이의 왕 크레온과 둘째 아들 폴리네이케스 각각 찾아와 각자를 위해 함께 할 것을 요청하나 오이디푸스는 테세우스에게 자신이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게 한일은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 행한 정당방위였으며 그의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 것도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해 일어날 일로 자신에게 직접적인 죄는 없다고 항변하며 찾아온 모두가 천륜을 저버린 매정한 이들로 특히, 딸들을 납치하듯이 테바이로 데려가는 크레온에 대항해 그들을 구원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이와 함께 자신의 두 눈을 멀게 하고 추방령을 내릴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마음이 진정되어 후회하며 그와 같은 일들의 청을 거두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를 묵살하고 자신을 내쫓은 테바이의 왕 크레온과 자신의 두아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분노하며 죽어서도 그들의 불행을 위해 애쓸 것이라는 저주도 내리게 된다.

이때 아들 폴리네이케스는 자신의 운명에 때라 아르고스의 일곱 영웅과 함께 테바이로 들어가 왕좌를 차지할 것이며 설사 죽더라도 자신은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 살고자 하는 일은 없을 것이므로 자신이 이 결투에 질경우 동생 안티고네에게 장례를 부탁한다.(안티고네는 이를 수락하고 이것으로 오이디푸스 비극 시즌 3가 확정된다)


테세우스의 중재로 모두가 떠나고 오이디푸스는 그 파란만장했던 삶의 끝을 조용히 맞이하며 아폴로 신전의 신탁대로 테세우스와 아테나이의 승리를 위해 그 땅에서 조용히 지하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오이디푸스의 삶이 저물며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

‘마라톤의 황소를 길들이는 테세우스’ 샤를 반루. 1730년경

이렇듯 다른 그리스신화나 비극과 달리 프리드리히 니체의 책 제목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내용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한치의 굽힘도 없이 단칼에 과업을 해내는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 그리고 그나마 인간적이었지만 주저 없이 자신의 사명을 다했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영웅들과는 달리 후회와 자기변명. 분노조절장애. 절정의 뒤끝을 거침없이 시전하는 오이디푸스의 말과 행동은 심하게 과장하면 어이없을 정도이다.


바로 이점에서 니체나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들이 근대를 지나 현대에 요구되는 인간적인 정신을 보며 감탄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신(神)의 사명을 다했던 중세를 지나. 경직되었던 이성(異性) 적 사고법으로 오히려 광기(狂氣)의 역사를 만들었던 근세를 몸부림치며 얻은 교훈은 인간은 바로 이 오이디푸스 왕처럼 때로는 자만하며, 때로는 후회도 하고, 때로는 자기변명과 합리화하기도 하며 사랑했던 이도 증오할 수 있는 이렇듯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이 인간이라는 답을 얻은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완벽한 인간이 아닌 이 불완전하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존재의 인간에 대한 접근을 하며 좀 더 배려하고 이해하며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약하디 약하고 결국엔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 하나를 깨우치기 위해 지금의 누가 봐도 영웅이나 성인의 면모는 전혀 없는 인간 오이디푸스를 찾아내기 위해 2,000여 년이 넘도록 방황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완벽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지만 종국에는 삶의 부조리를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죽음을 담담히 인정하는 오이디푸스의 모습에서 신(神)이나 영웅이 아닌 우리 주위에 늘 함께하는 이런 인간적인 인간을 마주하는 넓은 마음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해답이라는 나름의 답을 내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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