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가적일상추구 Oct 09. 2020

역사 앞에 짓밝힌 여자들의 삶을 생생히 들여다 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으로 2015년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역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이다.  처음에 이 작가가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 우크라이나 출신 작가로 소개되었는데 근래에는 벨라루스 작가로 정정되어 벨라루스 출신으론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그 이유는 그녀가 벨라루스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는데 태어만 났지 유년시절부터 벨라루스에서 자랐으며 벨라루스 대학을 졸업하고 뇨만이라는 벨라루스 잡지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니 당연히 벨라루스인이며 1991년부터 집권한 루카셴코 정권을 활발히 비판하여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2020년에는 루카셴코 정권이 또다시 선거에서 승리하여 5년의 정권 연장을 이루었는데 이에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벨라루스 야권 7명이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며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중 6명이 체포되거나 강제출국 조치를 당하였음에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만이 일신상의 구속을 당하지 않은 가운데 활동 중이라고 한다.

장기 독재 정권도 중국이나 과거 소련처럼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억압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렇게 기자 출신인 그녀는 벨라루스의 정치 현실에도 깊게 관여하는 현실참여형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소련군으로 참전한 여성들의 실제 사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야기해보면 이 책은 앞서 설명했듯이 기자출신의 작가가 2차대전에 직접 참전했던 구 소련지역의 여성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르포형식의 글이다.

기자 출신의 작가의 책답게 초반부에서 알렉시예비치는 이렇게 말한다.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탄생시킨 여자들에게 사람을 죽이라고 강요받는 전쟁만큼 비인간적인 것이 어디 있는가?' 책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2년 전쯤 읽은 기억을 더듬어 쓰고 있는데 너무나 가슴 먹먹한 이야기라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이렇게 시작한 여자들의 전쟁 이야기는 때론 측은지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때론 모정과 가족애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젊은 청춘들의 애절한 사랑에 가슴 저리기도 하는등 오만가지 감정을 자극하며 역사 앞에서 짓밟힌 여인들의 삶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은 주로 소녀들의 전쟁 참전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어린 학생은 들은 간호, 관측, 무전, 병참 등의 비전투요원으로 전쟁에 참전하는데 이야기의 주인공 중에는 가족을 잃은 슬픔이나 나치의 극악무도함에 분노하여 전투에 직접 참전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리고 당시 엘리트 여성들은 군의관이나 전투기 조종사 또는 포병이나 공병 장교로 참전을 많이 한듯하다.

적의 포격과 죽어나가는 어린 군인들의 모습에 불과 일주일 사이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는 어린 소녀에서 전쟁이 그저 일상으로 익숙해질 무렵 그 소녀들은 점차 한 사람의 군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애절하기까지 하다.

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인터뷰를 진행한 참전 여성들

그 와중에도 원피스와 구두를 꿈꾸는 소녀적인 모습도 짠하지만, 가족애와 사랑의 이야기는 지금 나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뼈저리게 느끼되는 대목들이 많다.

무기력하게 다가오는 일상에 지쳐 권태감을 느낀다면 평범한 여자들의 처절한 전쟁 이야기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적극 추전 한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생각한다. 이 책은 전쟁이라는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생명의 원류인 여성이 나와 타인의 죽음 앞에 얼마나 많은 고뇌를 하며 괴로워하는지 인류의 반성문 같은 작품으로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오래도록 많이 읽혀야 한다고...........  

그리고 이런 비극은 다시는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헛수고를 덜고 삶을 관조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