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가적일상추구 Oct 19. 2020

없이 산다고 기죽지 말자 그게 다 뭐라고

가치가 있다고 하는 것들에 대하여

플라톤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진주 한 알과 후추 한 알의 가치가 같으니 후추가 얼마나 가치 있는 물건인가?

2,400년 전 진주 그러니깐 지금의 다이아몬드와 후추는 등가였나 보다.

2,400년 전 플라톤이 살던 시대 후추는 그야말로 진귀한 향신료였을 것이다.
인도에서 생산돼 중동지역을 지나 터키에서 배로 지중해를 가로질러 왔으니 그야말로 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서린 엄청난 가치를 지닌 향신료였으며, 그 후추를 친 음식은 그야말로 진미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진주도 후추도 그리 가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등에 밀린 것이 진주요.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대량 생산된 후추는 슈퍼에서 몇 천 원에 살 수 있는 값어치 없는 평범한 향신료가 되어 버렸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극단적으로 우주 어느 행성은 전체가 다이아몬드로 되어 있고, 어느 행성은 사파이어로 되어 있다고 하니 그 행성에서 그것들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우리네 지구 어느 모퉁이 한 줌 흙과 똑같지 않겠는가?

현대 기준으로 만들어진 양귀비상 (왼쪽) 당나라 당시 기준으로 만들어진 양귀비 상(오른쪽)

위 사진도 어이없긴 마찬가지이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의 미모를 가졌다던 양덕환의 미모도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르다. 당나라 현종은 며느리였던 양덕환을 부인으로 삼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당시 출가하면 속세의 신분이 없어진다고 하니 비구니로 입적시켜 신분세탁을 해서 귀비로 맞아하니 그녀가 바로 양귀비이다.

기록에 의하면 오른쪽 상과 같이 후덕한 이미지라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 그림 속 여인네들의 몸도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다이어트를 위해 당장에 비만클리닉을 찾아야 할 정도이다.

그러니 결혼 후 후덕해진 와이프를 원망하지 말자.

옆에 있는 와이프가 시대만 잘 타고났으면 나라도 말아먹을 만한 미인이었을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주식투자로 파산한 아이작 뉴턴과 인류 최초의 버블 사건으로 기록된 튤립

17세기 유럽은 투기의 광풍이 불었다. 당신이라면 지금 튤립에 투자하고, 공정무역은 고사하고 노예를 고용해 식민지 착취를 일삼는 일삼는 남해회사라는데 투자하겠는가? 튤립 투자야 미쳤다고 한마디로 거절할 것이고 남해회사는 돈을 벌어도 그렇게는 벌지 않겠다고 정의감에 불타 그것 또한 거절할 것이다.

근데 많은 네덜란드인들이 튤립에 투자해 파산했으며, 위에 천재 물자 학자 아이작 뉴턴 또한 그런 남해회사에 투자했으나 상투를 잡아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에 와서 보면 가치 없는 것과 곳에 투자를 해서 파산한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그 똑똑한 뉴턴도 파산했다는 것인데 나의 와이프나 남편이 재테크 좀 못했다고 질책하지 말자.

어차피 뉴턴보다 잘나지 않았다면 그리 실망스러울 일도 아닌데 말이다.

영조의 장수 비결로 꼽는 타락죽 조선시대 타락죽은 임금만이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보양식이었다고 한다.

영화로도 유명한 사도세자의 아버지 영조이시겠다.

조선의 왕 중 가장 장수하였다던 영조는 보양식으로 타락죽 즉, 우유와 쌀로 만든 죽을 가장 애용했었다고 한다. 그 당시 우유가 얼마나 귀했던지 임금과 그 직계 가족이 아니면 먹을 수 없었다고 하는데, 우유도 나라에서 운영하는 관청에서만 만들었다고 하니 얼마나 귀한 음식인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쌀뿐만 아니라 우유의 소비량도 점점 줄어 농업인과 낙농업인 이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만약 우리보다 문명이 발달한 외계인들이 우리와는 다른 차원에서 지구에 존재한다면 우리가 가치 있다고 하는 물건들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얼마나 우습겠는가? 만약 그들이 문명이 손목시계와 같은 것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물건을 발명해 지니고 다닌다고 하면 그들에게 자가용 전세기가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러고 보면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게 그 시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인듯하다.
또 가치 있는 물건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으로 생활 자체가 편리해 지거나, 수명이 늘어나고, 딱히 여가로 그것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 100kg 덩어리가 있다고 치자 그것 자체로 우리 생활이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가지고 다 닐 수도 없으니 집에 도둑이 들까 하는 불안감으로 불편함만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과거 가치 있는 것들도 지금 슈퍼에서 몇 천 원, 몇 백 원에 구할 수 있으며, 어릴 적 나의 로망이었던 워크맨도 이제는 있지도 않은 물건이 되었으니 참으로 허무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저녁 펑퍼짐한 와이프와 함께 설렁탕집에 가서 후춧가루 잔뜩 쳐(?) 먹고, 오늘 길에 튤립 한송이 사서 식탁에 놓아 보자. 그리고 내일 아침엔 신선한 우유에 시리얼을 멋들어지게 말아먹고 출근하자.

이렇게 과거로 치면 최고의 삶을 사는데 왕후장상의 씨가 바로 나와 내 아이들이 아니 겠는가?

또 지금 최고로 화려한 삶이 한 100년 지나면 거지도 거들떠보지 않는 남루 삶이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지금 가치 있는 물건이 내 수중에 없다고 한탄하지 말자. 슈퍼 가서 우유와 후춧가루 한 번 보고 웃으며 오늘의 삶에 충실하자.
동시대 사람들이 정해 놓은 어이없는 가치라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말이다.


    



이전 22화 희망과 욕망 사이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