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가적일상추구 Oct 20. 2020

에릭 호퍼(Eric Hopper)- 간절함에 대하여

'길 위의 철학자' 또는 '부둣가의 철학자'로 알려진 에릭 호퍼(1902~1983)의 삶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영감을 주고 있다.
과연 그의 삶이 어떠했길래 길 위의 철학자라 불리게 되었을까?
우선 그의 태생에 대해 살펴보면 그는 1902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평범한 출생이지만 5살 때 어머니 품에 안겨 계단에서 구르면서 그의 삶은 우리 나이로 환갑이 넘을 때까지 가난과 고된 노동 그리고 독서와 사색, 글쓰기에 대한 간절한 열망에 찬 고난의 연속으로 채워졌다.
얼마나 힘든 삶이었으면 지치다 못해 뉴욕에서 날씨가 따뜻한 캘리포니아로 넘어가 노숙을 하며 수중에 남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보다 그 돈이 떨어지면 자살을 할 생각을 할 정도로 궁색하고 희망이 없던 젊은 시절의 그였다고 한다.

그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면 우선 그 사고의 여파로 그의 어머니는 2년 후에 죽게 되고 에릭 호퍼 그 자신 역시 후유증으로 눈이 멀게 된다.
그 후 15세 때 기적적으로 눈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는데 언제 다시 눈이 안 보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영어와 독일어로 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한다.
18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그의 신변을 정리하고 손에 쥔 돈 300불을 가지고 따뜻한 LA에서 노숙을 하며 또다시 책 읽기에 열중했다고 하니(이때 돈이 떨어지면 자살할 생각으로 날씨가 좋은 캘리포니아로 왔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히 독서 집착이라고 할 만하다.
그 후 버클리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1964년까지 여러 막노동(오렌지 행상, 시간제 웨이터, 사금 채취 공, 부두 노동자 등)으로 전전하며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독서하고 사색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에릭 호퍼(Eric Hopper)

1951년 '맹신자들'이라는 첫 책을 시작으로 모두 11권의 책을 출판했는데 특히 '맹신자들'은 대중운동의 속성을 탐구한 책으로 비단 그가 비판한 유럽의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대 대중운동의 허구와 폭력성을 이해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될 만큼 그의 통찰은 날카롭다.
이런 그가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오로지 독학으로 그런 사유를 했다는 점이 놀라우며 그러한 날카로운 통찰력 덕분에 그는 1961년 이후 대학 등에서 많은 강의를 하며 미국인들을 감동시켰는데 1983년 삶을 마감한 그해 미국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자유훈장’이 추서 될 정도로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다시 한번 그의 지난한 삶 속에서도 언제 눈이 다시 안 보일지 모른다는 간절함에 읽고 또 읽으며 사색을 하고 글을 쓰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으론 아련한 동정의 마음도 깃든다.

왠지 모른 아련한 동정의 마음이 드는 생전의 에릭 호퍼

그가 삶의 고됨에 무릎 꿇고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하고자 했던 부분은 매우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 고된 삶 속에서도 언제 눈이 안 보이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과 단명한 가족력에 40살 이전에 죽고 말 것이라는 체념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적 호기심과 그것들에 대한 열정은 나에게 늘 묻는다.
'나도 그처럼 간절함에 무언가를 미친 듯이 한 적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단 한 번도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내 안의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조차 일상의 무료함을 달랜다는 소모적 생각으로 접근하는 우리 대다수에게 또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을 동반한 절박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런 마음으로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물론 범죄 같은 행위는 제외)을 한다면 이처럼 독학으로 큰 지성을 이루었듯이 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으랴?

눈이 보이지 않았던 헬렌 켈러(Helen Keller) 에겐 소원이 있었다고 한다. 
'단 3일만 자신이 볼 수 있다면....... 세 가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 첫째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고,
둘째는, 새벽에 밤이 낮으로 바뀌는 그 거룩한 장면을 한번 보고 싶고,
셋째는, 길거리에 서서 오가는 행인들을 바라보고 싶다고 했다 한다.'
눈이 안 보이다 기적적으로 보이게 되고 그 후 또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던 에릭 호퍼 그는 헬렌 켈러의 소원을 이루어 하루하루 가치 있게 살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 위대한 철학자가 되었다.

보고, 듣고, 걷고, 말하는 것 등 이 평범한 일상을 에릭 호퍼처럼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진 것으로 여기며 살 수는 없을까?
아니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그 순간만이라도 그런 간절함으로 삶을 살 수는 없을까?
너무나 멀쩡한 몸과 마음을 가졌지만 간절함이 결여된 나의 일상에 대해 반성을 해본다.
나의 이 일상이 그처럼 한순간 한순간이 간절해지기를 소원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의 저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