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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Oct 23. 2020

넌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 존 윌리엄스

존 윌리엄스의 1965년 발표작인 소설 '스토너'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 하나는 이것이다.

'어떻게 지금의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 스토너와 같은 고민을 해왔으며, 현재 하고 있으며 또 앞으로 그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될까?' 그만큼 공감 가는 스토리에 몰입을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에 놀랄 정도였다.

반면 어떤 이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평범한 스토너의 삶을 꼭 이렇게까지 소설로 써야만 했나?' 하지만 평범한 우리네 삶에서 이토록 공감 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소설 하나에 오롯이 담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존 윌리엄스를 삶을 관조할 줄 하는 사색가이자 철학가이자 작가였다고 높이 칭하고 싶다.           

'스토너'는 1891년 미주리주 중부 분빌마을 근처 가난한 농부의 외아들로 태어나 1956년 미주리대학 교수로 재직 중 암 선고로 인하여 퇴직하고 그 해 삶을 마감한 윌리엄 스토너라는 허구의 인물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소설의 말미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냉혹한 눈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인생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틀림없이 실패작으로 보일 자신의 삶을 관조했다.'

자신을 타인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 실패작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

스토너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부모의 권유로 농학 대학을 들어가 나름 고학하며 고집스럽게 영문학을 공부하여 대학교수가 되었지만 평생을 조교수 이상의 직함을 얻지 못했다.

첫눈에 반한 소녀에게 구애하여 결혼하였으나 그들의 결혼엔 애정이 없었다.

결혼 후 이상하리 만큼 변해버린 아내와 그런 어머니로부터 해방을 갈구했던 사랑하는 딸을 구해주지 못해 때 이른 결혼과 전쟁에서 죽은 사위로 인해 술에 의지해 살아가게 된 딸 그레이스의 불행에 대한 죄책감.

사랑하는 여인 캐서린을 알량한 교수 직함을 지키려 떠밀듯이 떠나보내야 했던 비열함.

미련할 정도의 고집으로 동료 교수인 로맥스와의 일생을 건 다툼.

그런 삶에 대해 스토너 자신은 죽음의 순간 몇 번을 되뇌며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는 무엇을 기대하며 65년이란 세월을 살아왔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없다.

소설 속에서 스토너는 죽음으로 다가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부여잡고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며 살았는지를 묻지만 그것에 대한 대답을 찾기엔 너무 늙고 병들어 버렸다.

결국 무언가를 갈망하며 살아왔지만 그 대답을 죽음 앞에서 찾기엔 힘이 빠져가는 주먹 속의 모래처럼 손에서 스르륵 사라져 버려 잡을 수 없는 허무한 물음뿐인 것이다.

아마도 나 역시 그런 순간 그런 질문을 하게 된다면 그 상황 속에서 무슨 대답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으랴.

소설의 주 무대인 미주리대학교 컬럼비아 캠퍼스

존 윌리엄스는 스토너의 삶이 슬프고 지친 실패한 삶이란 세간의 평에 자신은 스토너의 삶은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유쾌하게 말했다고 한다.

나 역시 이에 공감을 하는 바인데 비록 그가 우리가 말하는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65년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꿋꿋이 살아낸 것에 나 역시 감동받았다.

애초 가난한 농부의 외아들로 태어나 농사 이외의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 아버지가 공무원의 이야기를 듣고 농학 대학 4년을 수료하면 지금의 자신보단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생각에 근처 미주리대학의 농과대학에 진학시킨다.

딱 여기까지가 자신의 삶의 타인의 관여를 허락한 대목이었다.

그 후 스토너는 자신이 영문학에 관심과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미련하게 수학하여 모교인 미주리대학의 영문학 강사가 되고 평생을 영문학 연구와 제자 교육에 바쳤다.

또한 1차 대전이 한창이던 때 대학교에 입학하여 2학년이 되어 미국의 참전이 결정되었을 때도 국가적인 의무감으로 모두가 입대를 할 때 자신의 소신대로 학교에 남아 공부하기로 결정한다.

결혼, 육아, 직장 생활, 타인과의 갈등, 불륜 등 사람이 살면서 겪는 이 모든 중대한 결정을 스토너는 이상하리 만큼 우직하게 자신의 삶을 관조적으로 대하며 타인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며 살아간다.

결국 스토너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의지대로 오롯이 살아낸 승리자로 남게 된 것이다.

타인에 욕망의 희생자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대로 어떠한 타협 없이 살아낸 승리자 그가 바로 스토너였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그의 삶에 경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며 삽니까라는 질문을 40 초반에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 책 스토너 그의 삶에서 내 삶을 관조하고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왔는지 또 앞으로 무엇을 기대할 것인지 죽기 전이 아닌 지금의 나에게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책 '스토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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