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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나 Jul 18. 2019

내가 혼자서 하고 싶은 일

평생 직업을 프리랜서로 결정한 평범한 노동자의 이야기.


  오늘은 비도 오고 천장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날이에요. 우연찮게 유튜브에서 발견한 재즈는 비오는 오늘과 어울리네요. 그래서 몇 자 끄적이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어딜 가나 1년을 꽉 채워서 일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말이죠. 최장 10개월. 그런데 그런 제가 제일 오래 했던 게 뭔지 아세요? 바로 '백수'였습니다.


  제가 직장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건 수많은 사람들의 엉키고 설킨 눈초리들, 그리고 조금만 잘못해도 난무하는 뒷담화들. 전 그런 게 싫었습니다. 선천적으로 눈치를 많이 보는 저는 이런 야생동물들이 즐비하는 공간이 견디기 벅찼던 것 같아요. 매일이 피곤의 연속이었고 뒷말이 나오느니 아무 말도 하지 말자라고 생각해 연기가 나지 않는 굴뚝이 되기로 자처했죠.

  가'족'같은 회사에서 크게 상처를 받고 '백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근데 웃긴 게 뭔지 아세요?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작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렸는데, 이런 저를 보는 사람들은 절 백수라고 부르더라고요. 기분 참 나쁘죠. 솔직히 작업을 많이 하진 않았으니까 그냥 인정하기로 했죠. 돈이 너무 안 되었던 탓일까요. 저는 최장기간 머물렀던 백수의 자리를 때려치우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로 하죠. 디자이너로서 두 번째로 들어간 회사에서는 '인테리어를 못한다' 라는 이유로 수습기 간 이후 짤렸어요. 전 인테리어팀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집과 가까운 것 빼고는 별 볼일 없던 회사라 미련을 갖지 않고 다음 회사를 물색했죠.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곳으로요. 그렇게 전화영업을 시작했고 이 일도 10개월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물고 뜯기는 영업의 세계란 사장과 오래된 원로 맴버들 사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살짝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다시 프리랜서로 우뚝 서기 위한 단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4개월 차 프리랜서 콘텐츠 제작자이자, 디자이너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직은 돈이 많이 안돼요. 근데 그것보다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단순히 '일'에서만 오는 게 아니었어요. 이건 정말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가족과 나 사이에서 저울질을 참 많이 했습니다. 둘 다 완벽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거든요.


  뭐 어쨋든 가족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제가 혼자서 하고 싶은 일은 크게 대단하지 않아요. 그냥 이렇게 아무 눈치도 보지 않는 생활에서 제 일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행복하게요. 어느 정도의 돈을 벌 수 있는 일거리와 전부터 꿈꿔왔던 일러스트 작가로서의 생활, 그리고 언젠가 이루고 싶은 글 작가의 꿈까지. 조금씩 천천히 이루어가려고요. 너무 급하면 체하잖아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이걸 이루어가는지, 프리랜서로 지내며 고민을 할 수박에 없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적어보려 해요.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고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 한 페이지를 쓰는 동안 소나기가 지나갔네요. 이제 다시 생계를 위한 일을 하러 가야겠어요. 아참, 프리랜서가 전향한지 4개월 만에 첫 작업실을 얻었어요. 그리고 오늘 작업실 첫 출근 날입니다. (히히) 이 작업실을 얻는데도 많은 (내적) 우여곡절과 고민이 있었는데 그건 머지않은 시간에 쓰도록 할게요.


 그럼 모두들, 오늘도 나를 위한 노동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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