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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나 Jul 24. 2019

또 다른 사회생활, 가족관계

워라밸이 아닌, 워홈밸을 생각하다.



   자라오면서부터 주변의 눈치를 잘 살피던 아이는 어른이 되고 회사에 입성하자 쓸데없이 빠른 눈치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꽤나 피곤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작은 의견 하나도 눈치 보며 접어두고, 상사들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먼저 수구리고 들어가는 자세마저 선천적으로 태어난 것일까요. 주변의 평판은 좋았지만 피로는 더욱 쌓여갔습니다. 그래서 힘들게 잡은 직장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그만두곤 했죠.


   스트레스로 거북목이 심해지고 어깨의 근육이 뭉쳐가며 두통은 날로 심해졌습니다. 디자인이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인가? 가'족'같은 회사여서 그런 것일까? 나랑 성향이 맞지 않는 팀원들 때문인가? 원인이 뭘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론은 그냥 제가 사회생활을 무척 싫어하는 몸뚱이였던 거죠. 그래서 여러 차례 퇴사를 거듭하고, 이제는 정말로 사회생활의 끝판왕, 회사로 돌아가지 않기로 다짐했죠.


   돈은 많이 못 벌지만 너무나 행복했죠. 맨날 먹던 밥도 어찌나 맛있던지. 마음 놓고 드라마도 보고 일요일이 지나가는 것도 더 이상 싫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사회생활의 최종 보스는 바로 가족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내일모레 서른이 제가 아직도 집에 얹혀사는 게 살짝은 미안해서 시작한 집안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온건 제가 저녁을 차리면서부터 시작됐던 것 같네요. 처음 한 두 번은 기쁜 마음으로 하던 게 '일거리'가 되니 상황이 달라지더라고요. 하루에 적게는 2시간 많게는 3,4시간이 더 걸리는 대장정의 저녁. 일 끝나고 오면 늘 반주를 하는 아빠의 안줏거리를 만들고 세월아 내월아 식사를 하는 그 시간 동안 설거지며 정리정돈까지 다 하려니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2,3시쯤 일을 시작하는 저에게 몇 시간 일하지 못하고 부엌으로 향해야 하는 그 시간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렇게 쌓이는 스트레스를 감당하려 하고 있을 때, 엄마의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원래도 몸이 좋지 않던 엄마였는데 더 심각해진 거죠. 일주일 안에 응급실을 3번이나 갔다 오고 누군가 옆에 꼭 달라붙어있지 않으면 불안한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당연히 그 누군가는 저였고 아빠와 언니가 저에게 '떠넘기는'느낌이 든 건 도저히 일 할 여력이 나지 않을 때쯤인 것 같네요. '집'에서 일하는 제가 당연히 엄마를 간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저녁 9시~10시쯤에 출발해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결과 통보를 받아 응급실을 나오면 새벽 4시~5시경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 잠을 자고 일어나죠. 어떤 날에는 그날 밤 다시 응급실을 간 적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정밀검사를 받으러 다시 병원에 가는 날도 있었습니다. 둘 다 아니면 하루 종일 아파서 누워있는 엄마를 신경 쓰느라 제대로 된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래서는 난 아무 일도 못하고, 돈도 못 버는 신세가 되겠구나. 제발 엄마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십 번 했었죠. 엄마는 3개월 정도가 돼서야 가까스로 제가 없어도 될 만큼 상태가 호전되셨어요. 그와 동시에 저는 작업실을 바로 계약했죠.

   이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느꼈던 건 한 가지었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가 된 이상 가족관계를 떼려야 뗄 수 없겠구나. 가족들과 조화롭게 일을 할 수 있는 'Work Home Balance'가 필요하겠구나.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겠죠. 하지만 집에서 일을 하게 되면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할 거예요. 사람 마다 가정의 분위기, 상황은 다르겠지만 분명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면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될 거라 생각해요.



   프리랜서로 살아가려 선택한 이유는 여유로운 생활과 행복해지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이 관계를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여유롭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 합니다.


주절거리며 쓰다 보니 오늘은 밤이 늦었네요.

모두들 좋은 밤 되시고, 내일도 나를 위한 노동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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