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갈림길 중 28번째 그쯤
어렸을 때 전 재능이 많은 아이였어요.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칭찬받을 만큼 부르고, 장려상을 탈 만큼 글도 잘 쓰는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디자인도 조금 하고, 음치는 아니며 욕먹지 않을 정도로 글을 쓰는 어른으로 컸어요. 딱 어중간하게 말이죠.
재능이 많으면 밥 빌어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있죠. 제가 딱 그 모양인 것 같아요. 어중간한 재능들 덕분에 뭐해 먹고살아야 하는지 결정을 못하겠더라고요. 이 길로 가기엔 전문성이 부족한데 아예 초짜도 아니고, 저 길로 가기엔 관심은 있지만 배우기엔 너무 늦은 나이인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좋을까요.
TV에 나오는 어느 누군가는 10년의 무명 시절을 거쳐 인생의 본론을 시작한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순탄한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겠죠. 사실 후자를 보면 부글부글 끓는 분노가 좀 느껴지긴 해요.나도 모르게 한 숨도 쉬고요.
여기가 어디쯤인지, 이 길이 맞는지 정말 모르겠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나간 경험들로도 가늠할 수 없는 이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제가 부정적인지 모르겠지만, 절망적인 순간들은 언제나 제 안부의 평화를 깨버리는 것 같아요. 제가 품고있는 생각이란 공간이 너무 좁고 얇아서 조금만 심각한 상황이 찾아와도 부풀어 버려 머리가 아픈가 봐요.
저는 이 글을 인생의 해답을 제시하거나 내가 발견한 무언가를 자랑하고자 쓴 게 아니에요. 누군가의 글에선 자신만의 방법을 얘기해주고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만 아직 저는 그렇게가 안돼요. 다만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누그러든다면,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보고 ‘이런 시기가 있었지.’ 하며 다독여 주면 그걸로 족할 것 같아요. 지금의 내가 나에게 하는 시린 질문이 나를 더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좀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나는 지금 뭘 하고 살고 있는 걸까?
나에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난 무엇을 하며 살아야 만족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