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단둘이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글을 기록하려 해요

우리는 앞으로 더 명확해질 거예요.

by 연꽃차

안녕하세요? 연꽃차예요. 이 글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저는 아이와 단둘이 살게 된 지 7개월이 지났어요. 어김없이 시간은 흐르더라고요. 아이 아빠가 이미 떠난 집에서 둘만 이사하면서 느낀 그 괘씸함도, 보란 듯이 잘 살아버리겠다는 당찬 포부도, 가끔 떠오르던 불안과 우울도, 어느 것 하나 강렬하게 남지 않고 모든 것이 애매하게 희미해졌어요. 좋게 말하면 그야말로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랍니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와 단둘이 살게 되는 생활은 꽤나 활기차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를 깨워 어린이집에 보내고 저는 일을 해요. 일을 마치고 아이를 데려와 밥을 먹이고 함께 놀고 씻고 자는 그런 생활. 아주 못하겠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잘 해내지도 않는, 좋게 말하면 그야말로 할만한 일상을 보내는 중입니다.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아이 아빠랑은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아이 아빠와 나는 아직 완전히 갈라서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합심하지도 않은 그런 애매한 요즘을 보내고 있어요. 아이 아빠는 아이와 떨어져 살게 되면서 아이에 대한 애틋함 혹은 책임감이 커졌는지, 주중에 이틀은 어린이집 하원을 맡고 밤에 저에게 데려다줘요. 주말 중 하루는 아이를 반나절동안 데리고 있으며 시간을 보내죠. 그 덕분에 저는 저만의 시간을 더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른 면에서는 아이를 건네받으며 아이 아빠랑 대면해야 하는 시간도 더 갖게 된 셈이기도 하죠.


아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저희 아이는 엄마집과 아빠집이라고 칭하며, 어느 정도는 모른 척하며 지내고 있어요. “오늘은 어린이집에 아빠가 와? 엄마가 와?”라는 질문이나, “아빠는 언제 만나?”하는 질문에, 이제 저는 아프지 않고 뻔뻔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사이가 좋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는, 그렇기에 둘 사이에선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그런, 5살이 되어버렸어요.


요즘 마음은 어때요?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어요. 하지만 아이와 단둘이 살게 되면서, 늘 남편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제 마음속에 미움이 사라졌어요. 남들과 비교하며 한없이 인생을 비관하던 내 마음속 절망이 사라졌어요. 오히려 가뿐하고 경쾌하게 살고 있는 중이기도 해요. 이건 좋은 변화이겠죠? 하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가정을 지키지 못한 나를 생각해 보면 또 한없이 아래로 추락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그냥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와 달라고 매달려야 하는 것을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아이 아빠랑은 어떻게 진행되는 중이냐고요? 아이 아빠는 서류상으로도 이혼으로 어서 결론짓자고 연락이 종종 와요. 필요한 서류를 말해주고, 법원에 갈 날짜를 선택해 보자는 연락이죠. 너무 지치고 피곤한 날,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울고 싶은 날 그런 연락을 또 받고 혼자 엉엉 울게 된 날도 있어요. 이젠 인정사정 봐줄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잘 알아요. 저도 이만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도요. 하지만, 그렇게 확정 지어버리는 건 여전히 겁이 나요. 이렇게 별거하는 사이로만 남고 싶은 것, 아주 갈라서기엔 무서워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제 이기심일까?


갑자기 브런치에 이런 글들을 기록해두고 싶어요. 브런치를 통해 아이와 단둘이 사는 싱글맘들의 용기 있는 기록들에 힘을 얻곤 했거든요. 저랑 같은 마음으로 제 글을 만나게 된 당신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요. 당신에게 안부를 전하며 당신과 같은 나에게도 안부를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제가 쓰는 글들이 가닿는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그런 생각을 해봐요. 정말 이혼일까, 혹은 그냥 별거일까, 아니면… 저도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흘러갔으면 좋겠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런 인생의 흐름을 기록해 둔다면, 기록하는 그 글들의 끝은, 지금보다는 명확해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어요. 당신의 인생도 그럴 거예요. 우리는 앞으로 더 명확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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