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고마운 게 몇 가지가 있어?"

아이와 고마운 점을 세어보실래요?

by 연꽃차

전 잠 들기 전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오늘 하루의 감사함을 찾는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고 싶고, 그러면서 저도 고단한 하루의 감사함을 되새기고 싶거든요.


"은유야, 오늘 고마운 게 몇 가지가 있어? 엄마는 은유에게 고마운 게 다섯 가지나 있어."

"뭔데?"


그럴 때면 까불고 장난치던 은유도 눈을 번쩍하며 주의 깊게 저의 말을 들어요.


"먼저,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은유가 엄마 아들이어서 너무 행복하거든."

"두 번째는, 은유가 아프지 않고 건강해줘서 고마워. 그래서 우리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거야."

"세 번째는, 오늘 양치질할 때 울지 않고 씩씩하게 해 줘서 고마워. 오늘 진짜 멋있었어."

"네 번째는, 밥을 잘 먹어줘서 고마워."

"다섯 번째는.. 밝게 웃어줘서 고마워."


사실 다섯 가지가 정말 있어서 다섯 가지라고 했다기보단, 일단 몇 개정도 던져놓고 그에 맞게 고마운 점을 찾아 말해보는 거예요. 그래서 다섯 번째부터는 곰곰이 생각하느라 가끔은 엉뚱한 얘길 하게 돼요. '코가 귀여워서 고마워, 방구를 많이 껴서 고마워' 이런 것들이요. 그러면 은유는 부끄러운지 "뭐?!" 하면서 다시 까불어대지만, 그래도 제가 한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두는 느낌이에요.


"은유는 엄마한테 고마운 게 몇 개가 있어?"

"나는 엄마한테 고마운 게 두 가지가 있어."

"첫 번째는 맛있는 밥을 해줘서 고마워. 두 번째는 나랑 잘 놀아줘서 고마워."


아이의 입에서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을 듣게 유도하기도 하죠. 유치하지만 꽤나 강력한 힘이 되거든요. 아이는 '고마워'라는 말을 할 때 목소리가 작아져요. 아마도 '고마워'라고 말하는 게 아직은 부끄러운 모양이에요. 그래도 용기 낸 아이의 표현이 기특하고, 서로의 존재에 고마움을 느끼며 애틋하게 잠이 들어요.




그런 아이가 '고마워'라는 말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거침없이 고마움을 고백하는 순간이 있어요.


"엄마 유튜브 봐도 돼요? 진짜 조금만 볼게요."

어린이집 하원하고, 유튜브를 보여달라고 진짜 조금만 보겠다고 조르던 아이에게 유튜브 시청을 허락할 때예요.


"예! 엄마 최고!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이 말에선 '엄마'아니고 '유튜브'라든가, '엄마가' 앞에 '유튜브 보여주는'이 생략되어 있다든가 둘 중 하나라는 거 알죠? 그러면서 제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질문을 던지곤 해요.


"엄마는 고마운 게 몇 가지가 있어?

나는 이십 가지가 있어!"


아마 지금이 아이의 인생의 순간 중 무척 고마운 순간인가 봐요.


"먼저, 엄마가 잘 놀아줘서 고마워."

"두 번째는 책도 많이 읽어줘서 고마워"

"세 번째는 빨래해줘서 고마워."

(막 세탁기를 돌리고 나온 참이었어요.)

"네 번째는 맛있는 밥을 해줘서 고마워."

(막 냉장고를 열어 저녁밥을 차리려던 참이었어요.)


유튜브를 보게 된 기쁨을 엄마에게 고마움으로 표현하는 아이. 엄마가 좋아하는 말들로 엄마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려는 아이. 아이의 속셈은 알지만 그렇게라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아이에게 또 "그렇게 말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요.


그렇게 잠시 유튜브를 보여주고 저는 이 글을 써요. 오늘 하루 잘 지냈어요? 제 글을 쓰고 당신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으니, 그러고 보면 유튜브는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고마운 존재인 셈이네요.


오늘도 저는 아이와 잠들며 고마운 점을 헤아릴 거예요. 그리고 힘으로 내일 또 감사히 살아갈 거예요. 당신은 어떤가요? 오늘 하루 고마운 점은, 아이에게 고마운 점은, 그리고 스스로에게 고마운 점은 몇 가지가 있나요? 오늘 하루 고마운 점들을 헤아리다 잠들기로 해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와 단둘이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글을 기록하려 해요